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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당면과제|"국제수지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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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정책협의회가 28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열렸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국면이 비록 불만스러우나 무리한 경기확대책을 쓰면 오히려 물가와 국제수지에 부담을 가중시킬것으로 우려했다. 주로 학계전문가들은 당면한 최대과제가 국제수지방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누적되고있는 외채부담과 과도한 개방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토론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조순(서울대조교수)=현재의 신중한 정책기조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나 통화량23%증가는 불안하다. 비효율을 방치한채 통화량만 조절해도 큰 효과가 없다.
하반기대책보다는 장기대책의 시각에서 국제수지개선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야한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증대나 무역외수지의 악화추세도 주목해야한다. 재정적자확대추세도 바람직하지않다. 경제자유화의 방향은 옳으나 능력을 도외시한 개방화는 문제가 있다. 외채의 누적도 주의깊게 다루어야한다. 요컨대 확대정책이 아닌 경제체질전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병현부총리=환율은 달러에 대해 현재 적정수준이므로 별다른 대책을 쓰지않겠다. 금리도 사채수익률등과 비교할 때 당장은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않는다. 금리문제는 기업입장에서만 다를 수 없으며 저축자·기업·물가등 여러 측면에서 봐야한다.
계획대로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수준도 점차 내릴것으로 확신한다. 통화율23%는 과거보다 작지만 금융자율화등으로 공급경로가 달라져 자금효율은 옛날보다 훨씬 나아졌다. 재정적자는 더이상 확대안되게 억제하겠다.
▲박성상 (중소은행장)=국제수지방어가 역시 제일 중요하나 기업금리부담의 고통도 심각하다. 국제수지를 악화시키지않고 기업을 활성화하려면 수입대체사업, 특히 부품공업의 수입대체가 효과가있다. 확대정책은 반대지만 금리인하는 필요하다. 불황때는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
▲서상철 (고대교수)=당장의 경기를 부양할것이냐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선진국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의 구조적 문제해결에 노력하고 있지 단기부양책을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기정책은 중장기목표와의 연관아래서만 유익하며 가장 중요한 장기과제는 국제수지다. 장기과제를 위해 단기부양이 꼭 필요하면 몰라도 당장의 과제만을 추구하는 길은 바람직하지않다.
▲최명걸(대우실업부사장)=상반기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내수산업에까지 영향이 확산되지않고있다. 하반기에도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일것인지 의문이다. 수출지원제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승 (중앙대교수)=경기는 내수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회복되어야하며 확대정책은 반대한다.
금리·노임·환율등은 물가변수로 동시공략해야 인플레를 잡을수있다. 그러나 금리유지를 안정정책수단으로 생각하는데는 반대다.
투자는 금리 아닌 자금조달능력과 사회환경의 변수다. 때문에 경기부양아닌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한다. 금리를 내려도 실물자산수익률을 억제하면 저축은 크게 줄지않는다. 내외금리차확대는 바람직하다.
▲이명박 (현대건설사장)=올해 투자를 하지않으면 내년의 경기회복때 설비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우려된다. 좀더 과감한 부양책을 펴 경기부양을 도와야하며 금리도 낮추어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엄영석 (외대교수)=경제를 단기안목에서 보면 안된다. 경기는 서서히 회복되나 국제수지가 문제다.
그러나 국제수지 때문에 수입자유화나 개방정책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이자율이 높아 기업재무구조가 나빠졌다기보다 과거의 낮은 이자율이 차입선호를 가져와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요인이졌다. 지금 이자율을 내리면 재무구조는 더 나빠질수 있다.
▲손광식(경향신문 부국장)=현재로선 안정기조의 유지가 바람직하다. 문제는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일인데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의 천명이 필요하다.
▲김병주 (서강대교수)=기업의 투자부진은 금리보다도 의식저변에 깔린 불확실성때문인데 투자환기는 이런 불확실요인을 제거하는데서 시작해야한다. 현재 금리는 외국금리나 다른 자산수입률과 비교할때 높지 않으며 굳이 내릴 필요는 없다. 금리를 내려 투자를 진작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투기에 의존하여 주택경기를 부양하는것도 바람직하지않다.
▲정창영 (연대교수)=고통스럽더라도 이번 기회에 안정기반을 확실히 다져야한다. 총수요못지않게 총공급측면도 중시해야할 때다.
▲황창기 (한은 조사1부장)=외채누적이 문제가 될수있다. 작년6월이후 1년간 원화는 약9%절상되어 어떤 형태로든 이를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의 물가탄력성을 무시할수도 있다.
▲사공일(KDl 연구위원)=환율·재정을 통한 투자확대는 곤란하다. 2년간 고통을 견디었는데 다시 확대정책으로 돌아서면 지금까지의 고통이 무위로 돌아간다. 금리는 기업부담의 측면이 아닌 산업정책의 차원에서 다루어야하며 안정정책은 견지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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