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올림픽단일팀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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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84년의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 참가하자고한 대한체육회의 6·19 제의가 있은지 1개월여가 지나도록 북한측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물론 북한측이 이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다. 스포츠나 예술까지도 정치의 도구로 여기는 그들의 속성이나 북한사회의 경직성에 비추어서 그런 사정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었다. 아마도 북한측은 국내외적으로 크게 호응을 받은 이 제의를 거부할 구실을 찾으려 부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의 침묵이 어쩌면 이 제의를 받아들이되 그들로서의 그럴듯한 명분을 찾아보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적 관측이 일부에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 북한 스스로가 단일팀구성을 제의하면서 체육분야에서의 남북간의 단결은 민족의 슬기와 기개를 과시할수 있는 계기라고 주장한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가 6·19제의를 하고 27일 다시 이 제의의 수락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낸 까닭도 우선 스포츠분야에서의 교류부터 열어 단일민족으로서의 동실감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데 있다.
남북한은 그동안 올림픽등 각종 국제경기에 각각 개별팀으로 참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때마다 동포라면 누구나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했더라면 우리의 입장이 얼마나 떳떳하고 그 성적이 얼마나 빛났을까하는 아쉬움을 느꼈으리라.
6·19제의는 바로 이러한 소박한 민족감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북한측이 이 제의를 마다할 구실이나 명분이 없다고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분단국의 단일팀구성이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가 이를 잘 증명해준다. 동서독이 56년의 멜번, 60년의 로마, 64년의 동경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데 무려 6년간의 시간과 2백회의 접촉, 그리고 5백만달러의 경비를 지출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알수있다.
한국의 경우도 62년 국제올림픽위(IOC)의 권고로 직접 대화가 있은 이래 여러차례 단일팀구성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책임이 어느쪽에 있었는지는 지금와서 따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간이 촉박해서 하는 제의란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선전을 위한 것이란 사실이다.
79년5월 평양서 열린 제35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불과 2개월 앞두고, 또 제22회 모스크바 올림픽을 불과 7개월 앞두고 북한측이 단일팀구성을 재기했던 것이 그런 경우다.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고 체육인간의 진지한 토의가 선행되어야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단일팀이란 도대체 성립될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더우기 평양세탁의 경우 북한측의 속셈이 한국의 참가를 저지시키려는데 있었음을 확인해주었을뿐 몇차례의 예비회담은 결렬되었다. 당시 남한선수들은 제네바까지 가서 입북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이것마저 거부당하지 않았던가.
분단을 기정사실화한 독일이 세차례에 거쳐 단일팀 구성에 성공했는데 영원히 갈라설수 없다는데는 뜻을 같이하는 남북한이 이를 실현못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는 3년이 남았지만 선수선발. 공동훈런과 숙식문제에서부터 본질문제인 호칭·국기와 국가의 합의등을 생각하면 3년이 결코 충분하다고는 할수없다. 북한측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소이인 것이다.
우리는 북한측이 대한체육회의 6·19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대내적으로 민족적화해의 실마리를 찾고 대외적으로 이겨레의 위신과 성망을 떨칠날을 고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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