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바가지 짜증피서-최고 36도8분…불볕 속에 보낸 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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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불별 더위 못지 않게 바가지요금과 갖가지 무질서가, 행락 인파를 괴롭힌 휴일이었다. 포항의 36도8분을 최고로 전국의 수은주를 30도 이상으로 치밀어 올린 19일 동·서·남해안의 해수욕장, 도심지의 풀, 근교계곡 등지에는 모두 2백50만명이 더위를 피해 몰려들었다. 이 바람에 피서객들은 콩나물시루 속처럼 빽빽히 들어찬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부닥치면서 행락 아닌 고역을 치렀고 시중보다 곱절이 넘는 바가지 요금에 짜증을 내는 등 피곤한 휴일을 보냈다.
많은 피서인파가 도심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서울·부산 등지의 교통사고는 평소보다 줄었으나 하오에는 교외로 나갔던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교외에서 도심으로 통하는 차도는 차량홍수로 메워져 또 한번 혼란을 겪었다. 이날하루동안 전국에서는 물놀이를 즐기던 65명(경찰집계) 이 익사하는 기록을 세웠다.

<시내 풀>
서울 G호텔 풀은 하오2시쯤 정원 1천1백명의 2배가 넘는 2천5백명 가까이 입장, 풀은 콩나물시루가 됐다. 출입문밖에는 아직 입장하지 못한 2백여명이 뜨거운 햇볕 속에서 발을 구르며 안타까와했다.
서울장충동 T호텔 풀에는 개장 30분만인 상오10시30분쯤 점원 1천4백80명을 넘는 사람이 입장하자 호텔측은 입구에 「만원사례」푯말을 내걸고 입장을 막았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3백여명은 철망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관리인들과 시비를 벌였으며 어린이를 데리고온 가족팀은 아예 근처 풀밭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기도 했다.
입장 못한 사람들이 늘자 암표가 등장, 1장 2천원짜리가 4천원씩에 팔리는 등 매표구에서는 표를 팔지 않는데도 상오10시30분∼낮12시15분 사이에 30여명이 암표로 입장했다.
진영희씨(24·여·서울 한남동)는 상오11시쯤 친구와 함께 왔다며 『1시간 가량 매표를 기다리다 암표2장을 8천원에 사 간신히 들어왔다』 고 말했다.
이날 시내 대부분의 풀은 최근 중·고교학생들의 집단안질발생 탓으로 행정감독이 대폭 강화되자 입장정원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키려했다.

<해운대>
올들어 최대인파인 70만명(경찰추산)이 몰린 부산해운대해수욕장 모래밭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다행히 예년처럼 파라솔임대업자들이 모래밭을 차지하지는 않아 눈치껏 모래찜질을 할 수 있었으나 각종 요금 바가지는 여전.
임대료가 시간당 8백원인 비치파라솔은 낮동안 비는데 1만원을 주어야했고 잔디밭 뒤쪽의 샤워장에서는 비누를 빌려준다는 이유로 규정요금 2백원의 2배가 넘는 5백원을 요구했다.
일부 담배가게에서는 한갑에 4백50원짜리 솔과 거북선을 5백원씩 받고 팔았다.
위생시설도 크게 부족해 공중변소는 6개뿐. 여자용에도 남자들이 6∼7명씩 줄을 서고 급수전마다 8∼10명씩 줄을 서야했다. <부산=전채훈 기자>

<우이동 계곡>
시중에서 1인분에2천5백∼3천원 하는 불고기가 6천∼7천원, 1장에 3백∼4백원 하는 부추전이 7백원 하는 등 거의 곱절값.
K상회의 경우 시중에서6백50원하는 3홉들이 맥주 1병을 9백원, 2백50원하는 사이다 1병을 4백원씩 받았다. 행상들도 바가지요금에 한몫, 1백원짜리 아이스바1개를 2배인 2백원씩 받았다.
이정식씨 (45·상업·서울 숭인동255)는 막내아들 용곤군(6) 등 3명의 가족이 미리 1만여원을 들여 음식을 준비해 갔으나 『물가의 자리값 대신 불고기2인분을 1만2천원에 울며 겨자먹기로 주문했다』면서 『한철강사지만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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