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타잔」, 멕시코 「늙은 여우」를 잡았다-김환진, 세계왕좌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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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구=이민우 기자】『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늘은 정말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주셨읍니다.』 「작은 타잔」 김환진(26)은 챔피언이 선언되자 링위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글썽였다. 섭씨39도5분까지 치솟은 용광로 같은 더위 속의 경북체육관은 김환진의 시원한 소나기펀치가 작렬하자 1만2천여명의 대관 중은 온통 열광에 빠졌다. 19일밤 벌어진 프로복싱WBA 주니어플라이급 타이틀매치에서 도전자 김환진은 챔피언 「페드로·플로레스」 (30·멕시코)를 13회1분51초만에 KO로 제압, 세계왕좌에 올랐다.
이로써 김은 한국복서로 11번째 세계챔피언이 됐으며 한국은 WBC 슈퍼플라이급챔피언 김철호와 함께 두명의 타이틀홀더를 보유하게 됐다.
이날 김이 13회에 들어 「플로레스」를 링사이드로 몰아붙여 놓고 소나기펀치를 퍼붓자「찰즈·하세트」주심(미국)은 카운트를 세지 않고 KO를 선언했다. 「하세트」주심은 플로레스가 싸울 의사가 없이 몸을 돌린데다 얼굴의 상처가 너무 커 선수보호를 위해 경기를 중단시켰다』 고 말했다.
「플로레스」는 왼쪽 눈 위와 오른쪽 이마가 각각 4㎝이상 찢어졌다.
12회까지 득점에서도 「하세트」주심은 1백15-1백14, 「알렌·다니엘」부심 (푸에르토리크)은 1백16-1백14, 「엔마·우루나가」부심(파나마)도 1백17-1백14로 모두 김의 우세였다.
이날 김은 48·6㎏로 한계체중(48·8㎏)에서 0·2㎏이 부족한 반면 「플로레스」는 47·9㎏으로 놀랍게도 0·9㎏이나 모자랐다.
김은 6, 12회에서 완전열세, 10 11회에서 약간 뒤졌을 뿐 나머지 라운드에서 시종 치고 빠지는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우세를 지켰다.
이날 김은 2, 3회에 교묘한 버팅(머리로 받는 것)으로 「플로레스」의 왼쪽 눈과 오른쪽 이마를 찢어뜨린 것도 승리의 요인이 됐다. 김은 초반 5회까지 밀고 들어오는 「플로레스」에게 좌우훅을 던지고 외곽으로 빠지는 경기를 별여 우세를 유지했다. 6회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등 추춤한 김은 7회에 주심으로부터 버팅을 주의 받기도 했다. 그러나 「플로레스」는 쏟아진 피로 얼굴이 범벅이 돼 의사로부터 두 차례 검진을 받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사기가 오른 김은 8, 9회에선 맹타를 퍼부었다.
그러나 김은 10회부터 「플로레스」의 필사의 반격에 밀려 몰리기 시작했으나 13회에 들어 소나기펀치로 「플로레스」를 몰아붙여 통쾌한 KO승을 장식했다.
김환진은 이날 승리로 19승(8KO)2무의 무패를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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