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생이 UNIST 발전기금 낸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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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이 모교가 아닌 울산과학기술대(UNIST)에 학교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고향 대학교의 발전과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장능인(26·KAIST 경영학 석사과정·사진 왼쪽)씨는 지난달 12일 UNIST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매달 학교발전기금 1만원을 납부하겠다는 약정서였다. 울산이 고향인 장씨는 “고향에 과학기술대학교가 생겨 뿌듯했다. KAIST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기부 배경을 밝혔다. 2007년 UNIST가 설립된 이후 다른 학교 재학생이 발전기금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장씨는 사회적으로 제법 알려진 재능기부자다. 2009년 교육기부단체인 ‘미담장학회’를 설립한 게 바로 장씨다. 장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 장학회는 주말과 방학 등을 이용해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을 가르친다. 학업지도뿐만 아니라 진로 등 상담도 해준다.

 장씨가 교육 기부 활동을 이끌어가자 UNIST에 재학하며 같은 경영학을 전공하는 동생 한림(24·2년·오른쪽)씨도 교육 기부에 발 벗고 나섰다. UNIST 미담장학회를 2012년 3월 만들어 활동에 나선 것. 한림씨는 회원들과 함께 매 학기 울산 울주군 지역 아동 120여 명을 상대로 수학 등을 지도하고 있다.

 형 능인씨는 “동생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UNIST에 적지만 기금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생 한림씨는 “형이 발전기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직원에게 뒤늦게 들었다”며 “형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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