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엄마들에게 사랑의 유모차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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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모차 기증행사를 벌인 이재민(왼쪽)·김귀옥씨.

‘탈북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게 뭘까’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유모차였다. 가격이 대당 200만~300만원하는 고가품까지 등장한데다, 잠깐 쓰는 유아용품이라 살림이 어려운 탈북가정엔 부담이란 생각에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남구협의회 소속 여성자문위원들의 ‘사랑의 유모차’ 기증운동은 이렇게 출발했다.

 지난 한 달 남짓 20여 개 플래카드를 붙이고 5000장의 전단을 돌려 중고 유모차를 포함한 유아용품을 기증받았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선 탈북가족 45명을 초청해 첫 기증식을 열었다.

 행사를 주도한 이재민(63·강남구 의원)·김귀옥(68·종로화랑 대표)씨는 “힘겹게 안고온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뒤 눈물을 훔치며 돌아가는 모습에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둘째 낳을 때 쓰겠다고 아껴뒀던 고급 유모차를 탈북 산모에게 전해달라고 선뜻 내준 엄마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 손주 셋을 둔 김씨는 자신이 사는 타워팰리스 2차 입주민을 일일이 찾아다녀 모두 68명이 동참토록 했다.

 이들이 모은 물품은 유모차 10대와 세발자전거 5대, 보행기·변기 등 1t 트럭 12대분. 일회용 기저귀와 유아복·아동도서도 탈북자들이 듬뿍 가져갈 수 있을 만큼 모았다. 민주평통 강남협의회장인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도 자사 아동의류 1000여 점을 기부했다.

 이씨는 “중고물품이라 혹 마음이 상할까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귀띔했다. 유모차는 걸레질과 기름칠을 하고 소독도 마쳤다. 옷은 아동용 세제로 전문세탁을 한 뒤 다림질해 비닐포장을 했다. 기증물품 손질작업이 이뤄진 김씨의 집은 보름 동안 가내수공업 공장처럼 돼버렸다. 김씨는 “탈북여성분에게 좋은 추석선물을 주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차 행사를 위한 물품기증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글·사진=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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