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2)<제74화>한미 외교 요람기(29)미국의 강경태도|한표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임병식 대사가 이끄는 우리 유엔 대표단은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애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고 있는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해결하겠다는 3인위 제의에 대해 중공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집중했다.
3인위는 미국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중공에도 전쟁중지조건을 문의했다. 중공은 이것을 완전히 일축했다.
오히려 3인위 자체를 규탄했다. 3인위구성과점에 중공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3인위는 불법단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인위는 다시 북경에 메시지를 보냈다. 『휴전 후에는 즉각 정치회담을 열어 한반도 전체에 관한 문제의 해결에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중공은 역시 이것에 대해서도 냉담했다. 그러면서 중공은 스스로의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중국 소련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이집트 등 7개 유엔 회원국이 북경에서 회담을 갖자는 것이었다. 7개국의 면모로 보아 공산 측 내지는 동조세력이 과반수였다.
둘째 중공이 즉각 유엔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공의 이같은 역 제의로 3인위는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51년3월로 접어들면서 전세는 다스 좋아지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제임즈·어워드·밴·폴리트」8군 사령관은 훌륭하고 용맹한 군인이었다. 그는 반격 작전을 지시했다. 그것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3월14일에는 서울이 다시 탈환됐다.
중공은 3인위의 휴전제의를 일축했고, 미국은 반격으로 적극적인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전세는 호전되어 우리는 위안을 받고 고무되어 있었다.
우리 대표단은 이러한 상황의 흐름세를 올라타 각국 유엔대표를 연쇄적으로 만났다. 전쟁은 끝내야 한다. 중공군은 격퇴해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된다.
그 당시 미국안에서는 상·하원여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매우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은 51년1월19일이었고 상원은 1월23일 의결했다.
미국은 이보다 앞서 그 전해 11월에 중공의 영토를 침해할 의사가 없으니 중공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으나 중공이 이를 일축해 버리고 말았다.
「트루먼」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필요하다면 원자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미국의 모든 신문은 이 경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뉴스지가 임대사의 사진까지 곁들였던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미국의 단호한 입장이 이같이 잇달아 표명되자 미국의 중요한 참전 맹방들이 불안한 태도를 나타내기 시작해 우리로서는 이제부터 다시 문제가 복잡해졌다.
영국과 영 연방인 호주·캐나다, 그리고 프랑스 등이 미국에 대해 중공을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밀어 붙어지 않는 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중공이 일단 휴전을 일축했어도 중공의 내심을 좀더 깊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51년1월 유엔 정치위에서 벌어진 토의에서 미국정부는 중공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침략은 반드시 격퇴해야한다. 침략은 절대로 보상받아서는 안된다는게 미국의 태도였다.
「보강」이라는 말을 쏜 것은 중공이 전쟁에 개입 합으로써 유엔에 가입하게 되는 결과를 가리긴 것이다.
미국 측은 이 회의에서 50년10월7일 총회에서 통과된 「통일·독립된 민주한국의 성립에 관한 결의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중공 쪽에 대해 휴전의사를 다시 타진해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까지의 중공태도는 유엔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중공의 의사를 재 타진하는 것은 유엔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일이다. 침략행위에 대해서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격퇴하는 노력을 동일한 보조로 벌이는 것만이 유엔이 제창한 집단안보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길이다.
우리 대표단은 이와 같은 미국의 발언에 무척 고무 받았다. 왜냐하면 중공군이 개입한 후 참전국이며 유엔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국가들이 세계대전을 우려해 중공군의 강력한 퇴치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 3인위가 휴전을 거론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었기 때문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50년11월 유엔의 한국문제 토의 중 중공 측 견해를 들어야한다고 제의해 오수권을 수석으로 한 4명의 중공특사가 안보리에 나타나 신경이 날카로와질 대로 날카로와진 임 대사는 발언을 통해 이들에게 독설에 찬 비난을 퍼붓기도 했던 것이다.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