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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 넓힌 협력문호-시작이 중요하다"|전두환대통령 아세안순방에 뒤따를 과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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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대통령의 아세안순방으로 우리외교는 시야를넒히고 우리가 살고 있는동아시아 제국과의 협력의대도를 열었다. 당장 목전의 문제에 쫓겨 여타문제에는 눈을 돌릴수 없었던우리 외교사에 아세안순방은 하나의 이포크로 기록될 것이다. 「위대한 태평양시대」를 맞을 바탕은 마련했지만 그것을 실현시키고 앞당기는 것은 앞으로우리의 후속노력에 달렸다.
이번 순방에 수행했던 외교당국자·기업인과 전문교수의 정담을 통해 아세안순방의 결산과 앞으로의과제를 진단해본다.
정상들간의 친분 굳혀놔
▲공노명=이번 순방의 최고의 성과로 전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두터이 한 점을 들고싶습니다.
이러한 정상간의 친분이야말로 앞으로 우리의 대아세안관계 전개의 지주가 될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아시아의 유일한 지역협력기구인 아세안5개국을 국빈으로공식방문하여 각국정상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읍으로써 「아시아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 점을 들수있겠읍니다.
▲민병천=지금까지의 미·일을 대상으로한 군사외교중심에서 아세안순방을 계기로 종합안보외교로 시야를넓힐수 있게 됐고 우리의 통일·안보정책에 대한 거의 일방적인 지지획득으로 유엔과 체3세계에 대한 발언권도 커지게 했읍니다.
▲박세영=정치·외교면의성과못지않게 경제면의 성과도 큽니다.
각 업체들은 현지측과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상호보완 원칙을 확인했읍니다.
현대가 말레이지아와 원유공동개발, 태국과 LNG합작시추, 삼성이 말레이지아에서 원유도입및 에너지공동개발, 럭키가 인도네시아와 에너지개발을 합의했다고 들었읍니다.
건설수출은 각기업이 순방기간중 4억달러가량의 수주고를 올린 것으로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원목· 광물등 자원개발부문의 합작등을 통해 현대·삼성·대우·효성·국제·선경등이 상담을 벌인 것으로 듣고 있읍니다.
▲민=아세안외교의 성공적인 수행을 바탕으로 하여 북방정책, 비동맹외교, 대 미·일정책까지 전개할 수있는 장기포석으로도 볼수있읍니다.
▲공=각국수뇌들과 성내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한 것도 중요한 의의죠.
▲박=아세안 각국은 선진국과의 경제헙력에 과거의 피해의식때문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있는게 사실입니다.
그 반동으로 우리의 경험과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있는데 어떤 면은 과대평가하고 있는점도 없지 않은것같습니다.
외교적성과 구체화필요
▲민=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구체화해 나가기 위해서도 관·민의 후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읍니다.
▲공=정부로서는 아세안제국과의 관계심화를 위해 공동성명의 합의대로정부간 기존협의체, 다시말해 한-말레이지아, 한-싱가포르 정책협의회등을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뿐만아니라 삼성과세방지협정이라든가 투자보장협정·경제기술협력협정등 합의된 협정의 조속한 체결 내지는교섭을 곧 시작할 계획입니다.
▲민=아세안에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한·아세안을 한덩어리로 묶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평양국가협력체의 구상은 일본의식민통치 경험이나 중공·대만관계등을고려할때 당분간 실현이 힘들것같아요.
우선 한·아세안관계 심화를 위해 한·아세안다이얼로그(dialogue)등의 상설협의 채널은 꼭 추진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아세안은 현재 미국·일본·EC·캐나다·호주·뉴질랜드등과 다이얼로그관계를 갖고 주로 경제협력문제를협의하고 있읍니다.
우리로서는 아세안과 상설대화채널이 없다고해서 당장 불편을 느끼지않고 있읍니다.
현재 아세안내부에서는 아세안과 대화를 원하는 국가들의 희망을 어떻게수용하느냐를 놓고 업저버 또는 게스트로의 초청문제가 검토되고있읍니다.
대 4강교섭에 지렛대역
▲민=동북아와 동남아안보의 연계개념에비추어 한· 아세안상설협의 채널설치문제가 다른 국가에 앞선 우선순위로·다루어져야한다고 기대해도 좋겠지요.
우리쪽에서 보더라도 한·아세안관계의 심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과의 교섭에 지렛대역할을 할수도있읍니다.
이런면에서 정부는 앞으로한·아세안관계심화를 위한 상설협의체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계획을 마련해야되리라 생각합니다.
▲박=경제적인 면의 상호협력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현실적으로 자원의공동개발이라든가 합작투자 같은것은정부의 정책적 지원없이는 어렵습니다. 한·필리핀이 3∼4년전에, 그리고한·인도네시아가 올해, 한·말레이지아가 작년에 각각 민간경제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켰읍니다만 그동안까지의실적은 사실 형식적이었고 실적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읍니다.
기존협의체의 활성화와 함께 위험부담을 줄이고 실효성있는 투자를 하기위해서는 역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혜를 모을수있는 관민합동경제위원회와 같은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공동연구가 필요한것은 당연합니다만 관민합동경제위원회같은 구상에는 문제점도 많습니다.
한·아세안민간경제지도자회의나 기존의 통상 외교채널이 있으니까 이런 기구들을 민간이 잘 활용하고 정부가 필요한 자문과 지원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민=대아세안 경제진출에 있어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건 우리가 일본처럼 자칫 「이커노믹· 애니멀」의 인상을주어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업성을 위주로 할수밖에 없는만큼 정부가 금융·세제지원등을 좀 해줘서라도 대국적 견지에서 앞을 내다보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것입니다. 또 그나라의 민족감정을 자극하거나 저개발국들의 이익과 충돌하는 사업은 가급적 피해야지요. 그러려면 그나라의정치·문화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박=진출이 비교적 활발할것으로기대되는 분야는 역시 목재·원정·석유·고무·주석등 자원을 기초로한산업분야입니다. 또 LNG도입 같은큰 프로젝트는 여러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합력해서 진출하는것이 위험과 이익을 분담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할 것같아요.
▲공=전대통령께서도 강조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물간만 팔겠다는 생상같은 식의 진출은 안해야 된다는것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아세안에 대한 직접투자는 3천5백만달러수준에 머무로고 있읍니다만 말레이지아에서는 4차5개년계획을 비롯해서 고무·주석등의 자원기초산업에 대한 합작요청이 강력히 오고있고 싱가포르도 주롱공단에 우리 기업들이 들어와 주기를 희망하고 있읍니다.
자칫하면 역이용될수도
▲박=또 한가지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 있어 유의해야할것은 자원은풍부하지만 대부분의 상권을 화교들이 장악하고있어 파트너 선정과 관리가 쉽지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칫하면 우리기업들이 역이용당할 위험도있고해서 이점은 정부차원에서 투자보장협정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줘야 합니다.
▲박=건설분야에서도 그동안 우리의 단순근로자나 숙련기능공의 임금수준이 경쟁력을 떨어뜨릴만큼 높아졌는데 필리핀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수준에 있는 근로자를 훈련시켜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겠지요.
▲공=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정치·안보면에서 아세안이 가령 캄푸체아사태나 베트남문제가 해결된다하더라도 인근 비민주강대세력이 팽창일로에 있는이상 우리와의 공감대는 상존하는 것이고 따라서 한·아세안간의교기반은 더욱더 탄탄해질 것으로전망됩니다.
▲민=우리의 평화통일 정책은 이번 한·아세안정상회담을 통해 대북한우위내지 주도권을 장악한만큼 앞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전환해도 좋을것같습니다.
이번 전대통령의 아세안순방으로 미·일은 물론 소·중공등도 우리의 국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결과 상대적으로 북한은 소·중공에 더욱 더 짐이되는 존재로 남을 공산이고보면 소·중공의 대한자세에도 변화를 가져다줄 가능성은 있읍니다.
▲박=전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으로내외에 과시된 우리 국력의 신장이 영속화될수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관민 일체의 합심노력이 기대되는군요.<정리=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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