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과의 직접교역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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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구권과의 교역이 지금까지의 간접교역에서 직접교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과연 있는 것인가.
지난 달 22일부터 24일 까지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무역센터협회(WTCA)총회에 참석한 한국대표단의 대소 직접교역 제의는 정경분리에 입각한 원칙론에 따랐다기보다는 한국의 전진적인 경제협력자세를 다시 한번 밝혔다는데 큰 뜻이 있다.
한국은 그동안 기본외교 정책으로 비적대 국과의 교류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어떠한 국가와도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이번 한국대표단이 WTCA 총회에서 국교가 없는 나라끼리도 직접교역 할 수 있도록 WTCA가 중간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안을 제출하여 채택토록 했다든가, 비록 비공식 채널이긴 하지만 소련관계 인사들에게 직접교역을 타진했다는 사실은 능동적인 경제외교를 전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한국 측의 제의가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경협확대로 이어갈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은 기대할 만하다.
7O년 후반 이후 동구권의 경제도 세계경제동향과 관련하여 전후 최저성장을 함으로써 경제개발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구권 상호경제원조회의 (C0MECON)국가에도 역시 저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것이 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연결되어 경제운용방식의 전환문제마저 대두되고있다.
폴란드의 사태가 바로 동구권경제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동구권에 원유를 공급하여 동구국가의 이탈을 방지하고있는 소련은 원유생산의 강행으로 에너지 부문만이 그런데로 계획대로 가고 있을 뿐 거의 2년 주기로 찾아오는 곡물생산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에 끝난 소련의 제10차 5개년 계획(76∼80년)이 국민소득, 농·광공업생산 등 모든 분야에서 계획에 미달됨으로써 올해부터 시작된 제11차 계획 (81∼85년)에는 10차 계획보다 목표치를 낮추어 잡고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국민소득을 보면 제10차 계획은 기간 중 24∼28%의 증가율을 계획했으나 실적은 19.7%에 머물러 제11차 계획에서는 목표자체를 18∼20%로 하향 조정했다.
소련의 경제계획을 저해하는 요인은 농업부문의 부진이며 따라서 해마다 막대한 곡물을 수입할 외화조달을 위해 서방국가에 원유를 수출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소련 외국무역성의 통계에 따르면 서방 주요국과의 무역순위는, 초년 기준 서독 미국 프랑스 핀란드 일본 이탈리아 영국으로 나와 있다.
소련이 서방경제의 효율성과 기술을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교역을 증대하려는 것은 소련자신의 필요성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한국이 소련과의 직접적인 교역을 넓게 트자는 제의는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경협의 여지가 있는 한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소련과의 직접교역이 실현된다면 그를 발판으로 하여 동구권에도 진출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동구권과의 관계개선에는 도움이 된다.
또 한국이 동구권과의 경제교류를 활발히 하게 되면 북괴를 국제무대에 끌어내어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우월성을 비교하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다.
동구권의 세계무역 셰어는 4%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구권의 대 서방무역은 급격한 세계정세의 변화가 없을 경우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한국이 거기에 참여한다면 서로의 경제적 이익 추구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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