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회담 쟁점·전략] 미사일·인권은 거론 안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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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이번 주 베이징(北京)에서 예정대로 열리는 북.미.중 3자회담은 북한 핵 문제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핵 재처리를 시사하며 회담에 나오는 만큼 북.미 양측이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 제2차 핵 위기가 현실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북.미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서로 배수의 진을 친 채 탐색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북한의 핵 개발 포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핵 문제를 발등의 불로 보는 만큼 그동안 대북 협상 의제로 삼아왔던 미사일, 재래식 군비 감축, 인권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 포기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검증가능한 영구 폐기"다. 다시는 핵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지가 묻어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확인한 사안이다. 이와 더불어 핵 재처리와 관련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에 대한 진위도 따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이 조치를 취하면 대북 경제지원과 관계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고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다.

미국은 또 한.일 양국의 다자 회담 참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의 참가 없이는 미국이 내건 다자대화의 틀을 갖추기 어려운 데다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도 잘 굴러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제1의 관심사는 체제보장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두 차례에 걸쳐 이번 회담 목적이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의 전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요컨대 미국이 9.11테러 이후 마련한 선제공격, 예방 공격이 북한에 적용돼서는 안되며 북한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와 관련해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의회의 비준이 필요한 조약 형태의 불가침 보장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중국이 보증하는 형태의 체제 보장안을 북한이 들고나올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은 이 문제가 타결되기 전에 한.일 양국이 3자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북.미 간에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도 "북.미 양자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북.미 간 중재역을 맡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이번 회담의 판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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