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협력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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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안보, 그리고 경제분야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설명하기는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이해가 마주치는 소위 4강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베트남과 군사력의 선두를 다투고있다.
특히 이나라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말래카해협을 말레이지아 싱가포르와 함께 「관리」 하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페르시아만에서 동북아시아에 이르는 원유수송로, 이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맡고있다.
경제분야에 이르러서는 「자원의 보고」라는 한마디로 설명은 충분하다. 말레이지아 말고는 아시아 유일, 최대의 산유국에다가 석탄·주석·니켈·보크사이트·동·천연가스가 무진장으로 묻혀있고 목재의 수출도 아시아 최고의 나라다.
국제정치에서는 「수카르노」시대부터 비동맹의 리더자리를 지켜왔고, 아세안의 신과 같은 위치에 있다. 이런 점을 배경에 놓고 17개항의 전두환 「수하르토」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면, 좀 진부한 표현 같지만 이번 두나라 정상회담의 성과가 「역사적」인 것임을 알수 있다.
공동성명을 보고 김일성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64년 「수카르노」의 북괴방문, 65년 김일성의 인도네시아방문이 증명하듯이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 실각까지는 친북괴 중립이라는 아리송한 노선을 걸었다. 자카르타-하노이-북경-평양추축이라는 말도 그때 나왔다.
그러나 65년 「아이디트」의 인도네시아공산당(PKI)에 의한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고 「나수티온」을 거쳐 「수하르토」가 집권하고는 남북한 동시수교, 등거리외교의 자세를 지켜왔다.
공동성명 8, 9항에서 「수하르토」대통령이 전대통령의 1.12, 6.5제의와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지지한것은 이 등거리외교에 마침표가 찍힌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동성명 10항에서 14항까지는 두나라가 교역량확대, 에너지·과학기술분야의 협력, 어업분야의 합작 장려등 광범위한 경제협력의 합의를 담고있는데 그것은 크게는 동북아와 동남아, 개별적으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경제적으로 상호보완관계에 있으며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맞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을 기준으로 표현을 바꾸어 말하면 자원공급원, 특히 에너지공급원의 다변화를 의미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기술및 인력과 인도네시아의 자원의 「악수」는 「위대한 태평양시대」의 실현에 적지 앓은 기여를 하게될 것이다.
전대통령쪽에서는 「아세안」의 중립화구상, 캄보디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인도네시아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중간문제의 해결방식에도 「수하르토」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소련의 해군력증강,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이라는 베트남이후 (Post vietnam)사태가 아세안을 우선회로 유도한 셈인데, 한국이 이런 호기에 아세안에 접근하면서 그중에서도 첫 방문국이요,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동남아관계에 하나의뚜렷한 이정표가 될만한 성과를 거둔데 대해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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