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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카르타 우의의 가교 든든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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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역두고 단독요담><한-인니 정상회담>
한국·인도네시아 단독정상회담은 시종 화기애애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6일 상오 9시5분(한국시간 상오11시5분) 메르데카궁안 대통령서재에서 전대통령과 「수하르토」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통역관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앉아 단독 회담을 시작.
본격적인 의제가 토의되기 직전 약 1분 동안의 사진 찍는 시간만 있었을 뿐 양국원수는 약2시간동안 세계평화와 양국의 공동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정상회담을 위해 전대통령은 영웅묘지 참배를 끝낸 뒤 승용차로 메르데카궁에 도착, 현관에서 「수하르토」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감색 싱글차림의 전대통령과 엷은 밤색 싱글차림의 「수하르토」대통령은 이미 구면의 친숙한 표정으로 우정어린 악수를 나누었고, 단독회담에서 접견실의 제파라룸에서 장관급이상 공식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약10분간 환담했다.
전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젯밤 편안하게 잘 쉬었다』면서 『어제 저녁 너무 시원해서 에어컨을 끄고 잤는데 인도네시아가 석유가 많이 나오지만 에너지를 절약해 주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열었다.
이에 대해 「수하르토」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기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고 대답.
전대통령은 또 『인도네시아의 모든 관계자들이 친절하고 신경을 많이 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오늘 아침에도 영웅묘지에 가면서 보니 많은 시민이 환영하는 것을 보았다』고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친절한 환영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교민 백50명이 출영><인니도착>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할림국제공항에 도착한 전두환대통령은 「수하르토」대통령을 비롯한 인니 정부인사들의 정중한 영접과 한국교포 및 진출업체 임직원 등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대통령 특별기가 공항환영식장앞에 머물자 한우석 주인니대사와 「옵·아베」인니의전실장이 트랩을 올라 기내로 들어가 전대통령 내외를 안내하여 특별기를 내려왔다.
짙은 감색 싱글차림의 전대통령과 연두색 한복을 입은 영부인 이 여사는 트랩 아래에서 「수하르토」대통령 「말리크」부통령부처의 따뜻한 영접을 받고 인사를 교환했다.
이어 인니화동들이 칼롱암둥이(화환의 인니어)를 목에 걸어주자 전대통령은 『크리마카시 (고맙다는 뜻)』라고 인니말로 인사.
전대통령내외는 곧 이어 「수하르토」대통령의 소개로 붉은 카피트 양쪽에 늘어선 「목타르」외상, 「나수티온」주한대사 등 인니측 출영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수하르토」대통령부처와 함께 환영대에 오르자 양국국가와 21발의 예포가 올려 퍼졌다.
양국국가연주가 끝난 뒤 양국 원수는 걸어서 인니 3군의장대를 사열하고 환영식장에 나온 3백여명의 주인니외교사절·한국대사관 직원 및 가족, 상사대표와 가족, 그리고 1백50여명의 교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전대통령내외는 특히 자카르타 한국인 학교의 박경신(9) 유지영(7) 두 남녀 어린이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전대통령의 공항 환영행사장에는『새 시대 새 지도자 전두환대통령 환영』『어서오십시오 전대통령내외분』『다져지는 한·인니관계』등의 플래카드와 피킷을 든 교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고 전대통령은 이에 대해 『감사합니다』『외국에서 수고 많습니다』고 답례.
자카르타시내 만달린 호텔 6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공관직원과 교민 공관직원 가족 등 5∼6명이 나와 밤늦게까지 수행기자들의 송고를 뒷바라지했다.
호텔방 2개를 더 마련한 이 프레스센터에는 본국과 연결된 전화 등이 설치됐고 일반전화 3대와 타이프라이터등이 갖춰져 있다.
또 외신기자들을 위해 영문책자 「새마을운동」, 전대통령의 주요연설문과 「새시대의 여명」 「한국경제」등 홍보책자와 외신기자 회견문이 담겨진 프레스키트등이 비치됐다.

<"대통령직 어려워"><대통령궁 예방>
전두환대통령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대통령은 25일 하오 5시30분(한국시간 하오 7시30분)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접견실인 제파라룸에서 처음 대좌한 사이지만 옛친구를 만난 듯 서로 웃음을 나누며 약15분간 환담.
전대통령은 「수하르토」대통령으로부터 『이 자리가 바로 네덜란드 총독부가 있던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배석한 공식수행원들에게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 아니냐』고 웃음.
이 자리에서 두 국가원수는 『대통령직을 맡고 보니 대단히 어려운 직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서로 공감을 느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이에 앞서 전대통령은 메르데카궁 크리덴셜 홀에서 신병현부총리 등 20명의 공식수행원을 「수하르토」대통령내외에게 소개했다.
전대통령은 이날 하오 4시20분(한국시간 하오6시20분) 공항행사가 끝난 뒤 인도네시아 대통령 승용차에 「수하르토」대통령과 동승, 할림공항으로부터 자카르타시내 중심부에 있는 메르데카궁까지의 16km를 13대의 사이드카 호의를 받아 달렸으며 22대의 차량이 그 뒤를 따라 모터케이드를 이루었다.
이날 모터케이드가 지나갈 때, 연도에는 간간이 인도네시아국민들과 한복을 입은 교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전대통령내외의 인도네시아방문을 환영했다.

<발리섬 목각 받아><부통령 접견>
전두환 대통령은 25일 하오7시30분 (한국시간9시30분)숙소인 영빈관 위스마 네가라궁 6층 인도네시아 살롱에서 영부인 이순자여사와 함께 「아담·말리크」인도네시아 부통령내외의 예방을 받고 16분동안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신병현부총리·우신영외무·주영보국방·박봉환동자부장관과·김경원청와대비서실장·정동호경호실장·한자석주인니대사등이 배석했다.
환담이 끝난 뒤 전대통령내외는 「말리크」부통령부처에게 동양화등을 선물했고 4남1녀의 부통령 자녀에게 줄 선물도 전달했으며 「말리크」부통령부처는 전대통령내외에게 발리섬 목각과 「말리크」부통령이 쓴 저서를 선물했다.
한편 영부인 이여사는 이날 「말리크」부통령 부인과 별도로 만나 영어로 가족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아리랑」불러 고조><만찬>
「수하르토」대통령내외가 전두환 대통령내외를 위해 25일하오8시25분 네가라궁에서 베푼 만찬엔 한국측 공식수행원을 비롯, 인도네시아의 3부요인·주 인도네시아 외교사절 등 1백50여명이 참석, 두 나라의 발전과, 협력증진을 다짐하는 축배로 한·인니우호 무드가 정정에 이르렀다.
헤드테이블엔 전대통령내외와 「수하르토」대통령내의를 중심으로 「말리크」부통령내외, 신병현부총리·함신영외무·주영면국방·박봉환동자부장관등이 자리해 상대방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며 웃음의 꽃을 피웠는데 만찬메뉴는 메추리알수프·쇠고기숯불구이·버섯을 곁들인 소란요리 등 인도네시아식이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수하르토」대통령이 일어나 만찬사를 하고 전대통령내외의 건승과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비는 축배를 제의하자 장내엔 군악대가 연주하는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전대통령이 답사와 함께 「수하르토」대통령 및 인도네시아를 위한 축배를 제의, 인도네시아 국가가 연주됐으며 두 나라 정상 내외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건배했다.
만찬이 끝난 뒤 옆에 있는 홀에서 인도네시아의 민속무용과 민요로 엮어진 민속공연이 55분동안 펼쳐졌는데 남녀혼성6인조 보컬앙상블이 기타반주로 우리민요「아리랑」을 부르자 전대통령내외는 한층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위수사령관이 영접><영웅묘지참배>
전두환대통령은 26일 상오 자카르타시내 가리바다가에 있는 영웅묘지를 참배했다. 전대통령은 이날 상오 8시20분(한국시간 상오10시20분)인도네시아의 독립 유공자들이 묻혀있는 영웅묘지 입구에 도착, 「노만·사소노」자카르타 지역 위수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교환했다.
전대통령은 16명씩 2줄로 도열한 의장대 사이를 지나 묘지 정문에 서서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영웅탑을 향해 경례했다. 전대통령은 이어「사소느」사령관의 안내로 붉은 카피트가 깔린 영웅탑까지 2백여m를 걸어가 헌화하고 1분간 묵념을 올린 뒤 기념관에 둘러 방명록에 한글로 서명했다.【자카르타=김옥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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