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의 아세안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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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개국 순방을 위해 25일상오11시 김포공항을 떠났다. 20명의 공식수행원을 대동한 전대통령은 7월9일 귀국할 때까지 3만4천리를 여행하는 동안 인도네시아의「수하르토」대통령, 말레이지아의 「후세인·온」수상, 싱가포르의 이광요 수상, 태국의 「프렘」수상, 필리핀의 「마르코스」대통령과 6차례의 정상 또는 수뇌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국가원수의 동남아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6년 박대통령이 태국과 말레이지아·자유중국을 순방한 일이 있으나 이 지역의 핵심을 이루는 5개국을 모두 순방하게된 것은 건국이래 초유의 일이다. 우리는 먼저 전대통령의 이번 아세안5개국 순방으로 이들 나라와 한국과의 선린우호관계가 보다 돈독해지고 비동맹국에 대한 우리의 접근노력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전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취임후 두번째 해외나들이가 된다. 지난 연초의 미국방문은 불편했던 양국관계를 깨끗이 씻고 전통적인 우호협력을 다졌으며, 전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전대통령의 미국방문이 가장 가까운 맹방파의 격의 없는 우호관계를 다지는 계기였다면, 그의 아세안제국순방은 우리외교가 미·일 일변도의 틀에서 벗어나 다변화하기 시작했다는데서 외교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비동맹노선을 표방하는 아세안제국순방으로 우리의 외교 폭을 넓혀나간다는 것은 새 정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자세를 입증해 주는것이라 하겠다.
정상외교란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상례다. 최고공책결정자간의 원칙적 합의를 토대로 실질문제에 대한 상호문호를 개방하고 방문국 서로간에 국민적 친선과 이해를 증진시켜 줌으로써 두 나라 사이를 급속하게 접근 시켜준다.
전대통령이 순방하는 나라들은 우리 나라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4개국이 식민통치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있어 자주독립을 위한 항쟁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또 같은 개발도상국일 뿐 아니라 수련의 팽창주의의 위협에 직면하고있다는 것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역사적 상황이나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는 현실적 상황은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관계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등한 협력관계의 수립이다. 물론 우리는 아세안의 일원은 아니다. 그러나 지향하는바나 현재 처해있는 정치상황은 아주 비슷하다.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넓은 공감대를 가진 나라들이기 때문에 전대통령의 순방은 의미 이상의 알맹이 있는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67년 출범당시만 해도 회원국외상들의 사교모임 비슷했던 아세안은 70년대중반 이후의 상황변동에 따라 안보·경제협력 등 현실적인 문제를 폭넓게 다루면서 구주공동체(EC)와 같은 공동운명체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어가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인지반도의 공산화, 미국의 후퇴, 소련의 팽창정책,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 등 일련의 충격파가 이 지역 국가들의 단결을 촉진한 셈이다.
국제정치상의 이러한 중요성과 함께 70년대 말의 자원파동이후 대원의 보고로서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이 지역의 국제경제상의 비중도 갑자기 높아졌다.
「헤이그」미국무장관이 중공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마닐라에서 아세안외상들과 만나 중공방문결과를 알린 일이라든지, 「스즈끼」일본수상이 취임 후 첫 해외여행으로 아세안제국순방을 한것만 보아도 국제무대에서 이 지역의 비중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인구만해도 2억5천만명이면 시장으로서도 미국에 손색이 없다. 교역량이 연9백억달러가 넘고 세계생산량에 있어 고무가 81.3%, 주석50.6%, 야자유56.7%, 원목9.2%를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국가들 역시 지금 한참 부존자원 개발과 산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하루2만배럴의 원유를 들여오고 있으며 천연고무의 98.6%, 원목의 80.5%, 주석의 98.7%를 수입하고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량은 27억달러로 한국총수출량의 6.5%, 투자는 3천5백만달러로 대외총투자의 25.6%에 달한다. 우리의 건설진출도 해가 다르게 신장되고 있다.
같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아세안제국은 협력여하에 따라서 우리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우리의 작년도 교역은 27억달러는 일본의 2백57억달러에 비하면 10분의1에 불과한 것이지만 앞으로 노력하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전대통령의 아세안순방은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교역상대국에 직접 뛰어들어 한국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다.
국제무대에 있어서 이 지역의 중요성 때문에「제3세계」에서의 발언권이 강하다는 것도 우리가 유의해야할 대목이다.
필리핀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들이 북한과도 수교, 남북등거리외교를 구상중인 것을 생각할 때 전대통령의 순방이 실현된 것은 우리의 국력신장과 국제적 지위의 격상을 반영하는 것이며, 따라서 외교·안보면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로 북괴의 외교공세를 압도 할 수 있는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계기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1·12 및 6·5제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의 성실한 대화노력에 대해 김일성집단은 한반도의 적화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모든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이러한 경직성이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고립을 자초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다.
아세안제국은 이미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거니와 전대통령의 순방으로 우리의 대화노력은 국제적 성원의 폭을 한층 넓힐것이 틀림없다.
전대통령내외분의 아세안5개국순방이 이 지역국가와의 경제협력 증진에 기여함은 물론 한국의 호혜적 다변외교에 획기적인 열매를 맺게 되길 축원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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