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박두진 교수「마지막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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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진시인이며 연세대문과대교수인 박두진씨(65)가 24일 상오10시30분 종합관102호실에서의 기념강의를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1916년 경기도 안성에시 출생한 박씨는39년 정지용의추천으로「문초」지를 통해 시만에 데뷔한 후 박목월·조지대(작고)과의「청록집」동인운동으로 우리나라 현대시만에 화려한 금자탑을 쌓았다.<사진>
박씨는55년부터 연세대에서 강의를 시작, 서울대·이화여대를 거쳐73년부터 연세대에 정착하여 국문과교수로 8년째 봉직해왔으며 아시아자유문학상(작년) 서울시문화상(62년)3·1문화상(70년) 예술원상(76년)등을 수상했다.
이날 박씨의 고별강연에는 연세대 국문학과 학생1백20명 등 학생 3백여명과 이봉국 문과대학장, 추환수 사회과학대학장, 문효근 국문학과장 등 교수와 마광수(시인) 유경환(시인) 신대철(시인)씨 등 제자들이 참석, 「마지막강의」를 경청했다.
상오10시30분 연세대 종합관102호 강의실에 들어선 박씨는 메모해 온 노트를 꺼내 담담한 어조로 강연을 시작했다.
『3학년 시 창작론의 종강강연으로 생각하며 굳이 정년퇴직과 관련시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서두를 편 박씨는 이날 강연의 제목을「민족시의 방향」으로 정해보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과거의 우리 시를 검토하고 앞으로의 우리 시의 방향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준 동료교수·제자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영광을 가져 기쁘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박씨는 우리시가 사상이나 이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나 시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서 일어나는 일을 시인이 구체화시켜야하며 현실사회와 세계관에 대한 인식이 앞서야 한다고 말하면서「시와 사상」「시와 자유」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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