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어떤 걸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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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직접 쓴 『난중일기』는 국보 제76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달인 1592년(선조 25년) 5월 1일부터 장군이 전사하기 한 달 전인 1598년 10월 7일까지의 기록으로, 원래는 제목이 없었으나 1795년(정조 15년)에 윤행임(尹行恁) 등이 왕명에 따라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이 기록에 『난중일기』라는 제목을 붙인다.

최근 영화 ‘명량’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대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면서 『난중일기』 역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몇 달 사이 출간된 책만 어린이용과 전자책을 합해 5종이 넘는다. 『난중일기』를 한글로 최초로 번역한 사람은 벽초(碧初) 홍명희 선생의 아들 홍기문 선생이었다. 그는 1955년 한글로 번역한 『난중일기』를 처음 출간한다. 이는 초고본을 확인하지 않고 활자본을 토대로 번역한 것으로, 완전하지는 않았다. 이후 1968년 시조 시인이자 사학자인 이은상이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는다. 2005년에는 성균관 한림원 교수와 순천향대 교양학부 및 이순신연구소 교수를 역임한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이 『이순신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출간했다.

◇명량대첩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다면=7월에 새롭게 출간된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의 『증보(增補)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는 『난중일기』전편을 노 소장이 직접 해독한 완역본으로 2007년 『충무공유사』해독과정에서 새로 발굴한 장군의 32일치 일기를 추가로 수록하고 전편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이번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부록으로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이후 수군을 재건하는 과정과 명량대첩의 승리요인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 소장은 명량대첩의 승리요인으로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게 한 탁월한 리더십' '지형적 이점을 이용한 전술과 기동력' '지역민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한 감화력'을 들었다. 576쪽. 2만5000원.

◇마치 이순신의 일기를 읽듯=지식공작소가 8월 펴낸 『난중일기』는 노산 이은상이 1960년대 역주해한 『난중일기』(1968, 현암사)를 새롭게 편집했다. 책을 넘기는 순간, 마치 진짜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읽는 것처럼 세로로 가지런히 앉혀진 글씨가 고풍스럽다. 또 재생지를 사용해 형광등 아래서도 눈부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특징이다.

출판사측은 원저가 1960년대 번역이라 문장과 표현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맞춤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그대로 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자료들을 참조해 명백한 오류 또는 오기는 수정했다. 또 날짜, 시간, 숫자 등은 조선시대 당시 표현을 그대로 따라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일기의 원래 느낌을 살렸다. 894쪽, 1만5920원

◇전공자들의 최근 성과 반영=동서문화사에서 9월 출간된 『난중일기』는 동서문화사 대표인 고정일씨가 이순신의 『난중일기』 친필 초고본을 표준으로 삼고,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부분을 보충해 펴낸 역해본이다. 전서본, 난중일기초(抄), 새로 발견된 일기초 등 여러 문헌과 문맥을 참고하고 학자들의 최근 연구성과를 반영했다. 부록으로 이순신의 생애와 업적, 연보, 인명과 지명 등을 상세히 수록했다. 572쪽. 1만2000원.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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