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성적의 공정성 믿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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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년 대입전형에서 고교내신성적 반영율이 지난해의 20%에서 30%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일부 학부모나 하위권 학생들은 지나치게 그 비중을 과대 평가한 나머지 대학입학을 자포자기하는 사람까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반영비율이 30%로 됐지만 전체 점수에서 내신성적의 변화 폭은 7·6%에 불과하다. 내신을 30%반영할 경우 1등급은 1백31·1점, 15등급은 94· 4점의 교과성적을 받게 되고, 최고 독점자와 최저득점자의 점수 차는 36·7점이다. 이는 결국 학력고사 점수 3백40점과 출석점수를 합산한 내신점수 1백45·7점을 합한 4백85·7점의 7·6%에 불과한 것이다.
결석이 없을 경우 최하위인 15등급이라도 교과성적 94·4점과 출석점수 14·6점을 합친 1백9점을 받게되고 최고득점인 1급의 경우 1백45·7점을 얻는다. 올해 대입 전형에서 내신성적을 20%반영한 경우는 최고 85점, 최저 64·3점으로 20·7점차.
올해 대입 총점에서 차지한 격차의 비중은 4· 9%였다. 내년에는 2·7%가 더 늘어나는 것뿐이다. 이 7·6%의 차이를 두고 올해 졸업생의 경우 2, 3학년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8회의 고사를 치려 석차가 결정된다.
학생들은 월말고사 등으로도 서로의 성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다 석차화되는 과정이 일일이 공개되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녀들의 내신등급 결정과정에 의혹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진학지도를 오래 담당해온 일선교사입장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교를 불신할 정도로 학생들의 실력이 잘못 평가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주관적 판단이나 평가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혹 주관적 판만을 할 수 있는 과목, 예컨대 음악·미술·교련 등의 과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과목 중 극히 적은 부분일 뿐 60%이상은 객관식의 이론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학부모들에게 재삼 당부하고싶은 것은 학교를 믿을 때 자녀들의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일부 장사하는 사회에서와 같이 원가에 수단껏 이윤을 붙여 갖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신반영 비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교사의 양심은 누구보다도 바르게 살아 있고, 빗나간 생각을 하는 교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학생들의 눈이 감시하는 앞에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박내창<중앙대 부고진학지도 담당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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