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칙 거의 안 지켜 사고자초-엔젤5, 6호 충돌사고는 막을 수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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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엔젤5, 6호 충돌사고는 기회 있을때마다 강조돼온 연안여객선의 안전운항수칙이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엔젤5, 6호의 이번 충돌사고는 사망자가 없었다는 것만 다를 뿐 같은 해역, 같은 회사 쾌속정끼리의 충돌사고라는 점에서 작년 이맘 때 일어난 엔젤1, 2호 충돌사고의 재판(재판)이었다.
해운항만청에 따르면 연안여객선은 1백18개 항로(일반항로 89개, 명령항로 29개)에 1백32척(쾌속정14척 포함)-.
또 여객선 이용 승객은 매년 늘어 75년에 5백90만명이던 것이 79년 7백92만명, 80년 8백81만명으로 급증했다.

<안전수칙무시>
이번 사고해역인 거제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수로가 좁고 암초가 많을 뿐 아니라 짙은 안개가 자주 끼는 이른바「마의 해역」.
67년 한일호 침몰 사고(사상자1백여명)를 비롯, 지난해엔 엔젤1, 2호가 짙은 안개로 충돌해 4명의 사망자를 냈는데도 엔젤5, 6호는 농무낀 바다를 경적을 울리거나 속도를 5노트이하로 줄이는 한편 자기 배의 위치를 인근 선박에 알릴 수 있도록 SS무선통신기와 VHF무선 통신전화를 개방해야하는 안전운행수칙을 무시한 채 시속25노트로 달리다 사고를 냈다.
또 가덕도 앞바다는 부산∼충무·목포·여수를 연결하는 주요 수로로 하루 평균 5백척의 선박들이 이곳을 통과하며 평균20노트 이상으로 운항하고있다.
더구나 각종 양식장이 늘어나면서 폭48㎞인 종래의 수로가 20㎞이내로 좁아져「병복 현상」을 일으키고있어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있으나 선박희사는 운항시간을 비과학적으로 정해 부산과 충무에서 하오4시45분과 4시35분 각각 출발, 50분 후에는 중간 지점인이 해역에서 조우하고 있다.

<노후선박·시설>
연안여객선 가운데 선령 10년 이내가 94척이고 10년 이상된 노후선박이 38척이나 되며 78척은 1백t이하의 소형선박이다.
목포∼제주·진도·홍도를 잇는 33개 항로를 운항하는 각종여객선 44척 가운데 레이다 시설을 갖춘 여객선은 제2동원호(3백18t)등 겨우 5척뿐이다.
때문에 안개가 끼거나 시정(지정)이 나쁜 날은 이곳 다도해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은 멋대로 결항하거나 안전시설 없이 무리한 운항을 하기 일쑤다.

<정원초과>
연안 여객선의 정원초과 등 마구잡이 운항도 큰 문제다.
특히 바캉스 철이나 명절 때는 넘치는 승객을 가득 태우고 곡예운항을 예사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객선들은 연발·착이 많아 추월·과속운항을 일삼고있다.

<위험한 선착장>
여객선 자체뿐 아니라 항구의 선착장 미비도 안전운항의 위험요소.
인천의 경우 잔교가 부족해 한꺼번에 12척밖에 접안시키지 못하고있으며 목포항과 연결되는 2백74개 기항지 중 여객선 접안시설을 갖춘 선착장은 진도등 15개소뿐이다.
나머지 2백54개소는 여객선이 바다 중간에 떠서 종선(종선)을 이용, 여객을 승·하선시키고 있는 실정.
따라서 3∼4t규모의 거룻배인 이들 종선에 30∼40명씩 태우고 1백여m를 운항, 전복사고가 잦다. <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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