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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극의 아이러니, 그 끝은 어디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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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2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충돌은 지난 8월 26일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만간 다시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을 화해시킬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수메르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전 과정을 집대성한 <세 종교 이야기>의 저자 홍익희는 이들 종교 간 대립의 원인과 대립의 악순환에 대해 객관적이면서도 간명하게 설명한다.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민족은 기나긴 방랑의 역사가 계속 되었다. 선민사상이 강한 배타적인 유대교의 특성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타 민족들의 반유대주의를 강화했다. 이후 기독교를 국교화한 로마제국과 십자군 원정 등으로 중세와 근대의 유럽에서는 유대인에게 모진 박해가 가해졌다. 이를 피해 떠돌던 유대인들은 공동체 내의 활발한 정보교환을 발판으로 상업에 활용하여 부의 축적으로 이루어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초기 자본주의 당시 극심한 빈부격차로 쌓인 불만이 반유대주의로 표출되었고, 나치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했다. 유대인들은 고난과 박해에도 불구 이스라엘을 건국했지만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최근의 가자지구 사태로 인해 유럽에서는 민간인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어져, 반유대주의로 번지는 게 아닐까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여기까지 놓고 볼 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을 편들거나 혹은 비난하는 것이 섣부른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된 대립과 반목의 역사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 그 상흔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역사이다“라고 말한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종교적 교리의 옮고 그름을 논하기보다는 세 종교의 역사적 연원과 성장 과정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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