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증권사 전망 "못믿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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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자 외국 증권사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한달 전 '비관적 전망'이 줄을 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 외국 증권사 서울지점 관계자는 "한달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외국증권사에 대해 "'냄비 전망'과 '뒷북 전망'을 일삼기는 국내외 증권사가 마찬가지"라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크게 변하면 당연히 전망 보고서도 달라져야 한다"면서도 "외국인의 투자 동향에 민감한 국내 증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상황판단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전망=메릴린치증권은 지난 17일 발표한 '글로벌 이머징 마켓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의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Underweight)'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국(5.1%)과 헝가리(2.3%)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한국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메릴린치는 북핵 우려가 줄어들고, 5~6월 중 콜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2분기 산업생산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으로 이같이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증권사는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달 6일 북핵 긴장 등을 이유로 들어 한국의 투자등급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비중 축소'로 두 단계나 낮췄다.

골드먼삭스증권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 문제가 불거져 나왔던 지난달 18일 '아시아ㆍ태평양지역 투자전략'이란 보고서에서 앞으로 한국 증시는 수개월간 반등이 힘들다며 투자 비중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승세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2분기 중 한국 경제가 호전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조만간 현재보다 20~25% 상승해 740선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더 좋아지면 투자 비중을 다시 늘릴 수 있다는 시사를 담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은 한국의 투자등급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되 다만 투자 비중을 0.75%포인트 확대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업.환율 전망도 들쭉날쭉=골드먼삭스는 올해 초 국민은행을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가 과다한 개인대출 등이 문제가 되자 하나은행 등과 묶어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으며, 당초 매수를 추천했던 각 증권사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최근 부정적 의견으로 돌아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SK㈜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매수를 추천했다가 SK글로벌 사태가 터지자 일제히 반대 의견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환율과 관련해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달 중순께 달러 대비 3개월 환율 전망치를 1천3백원으로, 골드먼삭스는 1천3백25원으로, JP모건은 6월 말 1천3백원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이 같은 정보를 믿었던 기관과 개인들은 최근 환율 급락으로 애를 먹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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