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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감독 외국언론 클로즈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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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한국 영화계의 거목인 신상옥(申相玉.77.사진) 감독이 최근 외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를 인터뷰하려는 외국 방송.신문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다음달 14일 시작하는 제56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론 처음으로 그의 1961년작 '상록수'가 회고전 코너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산업적.예술적 기반을 다진 신감독을 통해 우리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신감독과 부인 최은희(崔恩姬.75)씨는 이달 초 경기도 안양시에 20억원을 들여 후진 양성기관인 안양신필름예술센터를 열기도 했다.

둘째,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궁금증 차원에서다. 잘 알려진대로 신감독은 78년 홍콩에서 납치돼 86년 탈출하기까지 북한에서 '불가사리' 등 일곱편의 영화를 만들며 김위원장을 자주 만났다. 신감독은 "영화도 영화지만 다들 김위원장을 알려고 오는 것 같다. 아직도 서구엔 그가 신비한 인물로 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후 신감독을 찾아온 외국 언론은 10여곳에 이른다. 미국 신문 뉴스타임스.보스턴 글로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영국 방송 BBC, 영국 신문 더 타임스.런던 텔레그래프,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 캐나다 국영방송 CNB 등이다. 미국 CBS방송의 인기 시사프로그램인 '60분' 제작진은 다음달 칸영화제 현장에서 신감독을 취재할 예정이다.

"북한 바깥 사람치고 저보다 김위원장을 자주 만난 사람도 드물 겁니다. 올해 북핵 문제가 국제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또 미국이 이라크 이후 북한을 겨냥할 거라는 일부 예측 때문인지 외국 언론사들이 김위원장의 성격에서 현재 북한의 상황까지 여러 가지를 물어왔어요."

그는 외국 취재진이 그의 피랍 수기인 '내레 김정일입네다'를 꼼꼼히 읽고 질문도 구체적으로 해 놀랐으며 30분 예정이던 인터뷰가 네댓 시간이 되기 일쑤였다고 덧붙였다.

신감독은 "이미 책에서 밝혔듯 역사 기록 차원에서, 정보 가치 차원에서 경험만을 사실대로 말했다"며 "북한 혹은 김위원장과의 인연으로 또 다시 주목을 받는 게 아이러니컬하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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