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시설이 모자란다" 핑계|원생들 가내 공장 보내 혹사|응암동 소재 마리아 수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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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시나 경찰서에서 보호의뢰 받은 부랑아를 수용하는 마리아 수녀원(전 시립 아동보호소·응암동 42)이 수용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을 일반 가내 공장에 넘기고있어 서울시가 조사에 나섰다.
마리아 수녀원에 의해 서울 갈현동 504의 30 남도가방 공장(주인 김연수·31)에 넘겨져 일하다 공장을 빠져 나온 김병구군(14)에 의하면 이 공장에서는 임금을 주지 않은 채 매일 상오 8시부터 12시간씩 일을 시키며 일감이 밀릴 때는 새벽 4시까지 철야 작업을 시키는 등 혹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장 측은 고된 작업을 이기지 못해 도망하는 일이 늘어나자 2층 창문에 철망 시설을 하고 출입문에는 경보장치를 해놓아 이들의 바깥출입을 금지하고 용변까지도 작업장 안에서 보도록 제한하며 달아나다 붙잡히거나 작업이 서투른 경우에는 주먹 등으로 마구 맞았다는 것이다.
박희준군(15·경북 상주군 공성면 초오리 499)은 지난달 28일쯤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공장장 이영태씨(24)에 얼굴을 발로 짓밟혀 앞니 1개가 부러지는 등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2개월 동안 45명의 청소년들을 인계 받아 작업을 시켜왔는데 그 동안 27명이 달아났고 남아있던 18명 중 11명도 나쁜 작업 조건을 이기지 못해 지난 9일 모두 달아났다.
마리아 수녀원 측은 보호시설의 수용능력이 1천명뿐인데 현재 1천7백 여명이나 수용돼 있는 데다 나이가 14∼15세 가량의 청소년들의 경우 기술교육을 시킬만한 시설이 없어 이들 공장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원 우치태씨(44)는 이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나쁜 작업 조건 속에서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장 주인 김씨는 보호소에서 넘겨 온 아이들이 질이 나쁜 부랑아들이어서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등 사고를 자주 저질러 엄한 보호조치를 해왔고 임금은 명절 때 1인당 10만여원씩 지급해왔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소년과 관계자는 아동 보호소에 들어 돈 청소년들은 상담을 거쳐 귀가 또는 일시 수용하다 수용시설에 넘겨야한다면서 진상을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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