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1)|<제73화>증권시장(69)-허물어진 재기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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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월 파동 때 담보로 맡긴 대저주 등을 부동산과 교체하여 재기해보려던 계획은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토지소유자와의 의견대립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나는 한일 빌딩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대구청구대학 재단에서 증권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나에게 제의했다.
또 공화당 당무위원이며 재정위원인 김유택씨가 찾아와서 충청북도에서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게됐는데 선거자금을 좀 대달라고 했다. 김씨와는 6·25동란으로 부산피난시절 김씨가 한국은행총재로 있을 때 친교를 맺었다.
나의 고향선배(황해도 해주)였다. 당시 나에겐 돈이 없었으므로 한일은행 김진흥 행장에게 부탁하여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부가 가지고있는 국채 2억원 어치만 빌려주면 선거자금 일부를 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진오 한일은행장에게 연락하여 부동산을 담보로 국채 2억원 어치를 얻기로 이야기가 했다.
그러나 은행내규에 따라 국채에 대한 질권 설정은 해주어도 현물은 내 줄수 없다면서 차라리 현금을 대출해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국방부 연금예금을 유치해 준다는 조건으로…
국채보다 현금을 대부해 준다면 더욱 유리했다.
나는 김유택씨를 통해 민병권·김진만·서인석씨 등과 강서룡 국방차관 등을 한자리에 초청했다.
그리고 요지를 설명했다. 2억원의 정기예금을 한일은행에 해 주실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강 차관은 연금 위원회 의장이었으나 장관의 결재를 받아 처리했다.
다행히 여러분들이 취지를 잘 이해해주어서 한일은행으로 정기예금 됐다. 되는구나 싶었으나 김유택씨의 말은 달랐다. 김 은행장이 자기신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누구를 통해 어떻게 신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인 김성곤씨로 하여금 김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신문로 김성곤씨 집으로 찾아가니 김씨는 쾌히 승낙했다.
대구청구대학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이때 나는 증권시장에서 대한통운 주 약2만주를 4백원 선에 매입했다.
그러자 주가는 금방 6백원 선까지 뛰어올랐다.
근저당권까지 설정하고 채무자는 윤모씨가 사장으로 있는 건설회사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일보로 기역 되는데 제2의 증권파동 운운하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났다.
한일은행에서 나에게 거액의 융자를 해 주는데 그 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가 제2의 증권파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건설회사 사장으로 있는 윤모씨를 나의 아들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당시 나의 큰아들은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있었고 둘째는 Y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날은 한일은행에서 돈을 받게 돼있는 날이었다.
채무자 윤모씨와 청구대학 재단 측 대표 등과 함께 한일은행 본점 영업부장실로 갔다.
기표까지 해놓고 잠시 다녀온다며 나간 영업부장은 마감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결국 융자를 못 받았다.
알고 보니 김유택·김성곤·김진만씨 등 세 사람의 부탁으로 8천 만원이란 거액이 나의 아들이름으로 융자되어 증시로 흘러 들어가게 됐다는 내용의 투서가 고흥문씨(당시 민주당사무총장) 에게 날아들었다.
고씨는 한일은행 김진흥 행장을 만나 투서의 내용을 전했다.
또 이중재씨(당시 민주당 정책실장)가 이 사실을 신문사에 알려 대서특필하게 된 것이었다.
김 은행장은 김성곤씨를 찾아가 협의했다.
김성곤씨는 강성원씨를 만나 상의해보라고 나에게 권했다. 강씨를 통해 한일은행전무 K씨를 설득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씨의 대답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명륜동 김진흥씨 집으로 찾아갔다.
김씨는 열이 오른다며 자리에 누워있었다.
김 행장은 여러 지점에서 1천만원씩 나누어 용자받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제의했으나 몇 군데 전화를 하고는 그것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융자가 되면 내가 그 돈으로 대한통운 주를 매입하여 주가가 뛸 것이므로 강성흥씨를 통해 대한통운 주를 팔아놓고 있는 K씨가 한일 은행장을 찾아가 작용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결국 한일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재기해 보려던 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계속> 【윤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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