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랑이 50여회 「오토바이」흥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아오토바이를 대림에 넘기는 값을 95억원으로 정하기까지 양측은 고무줄다리기식 협상을 50여회이상 벌였다.
한기업을 처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증한 셈이다.
더구나 거래당사자를 정부에서 정해준 특수한 경우여서 기아기연매매결과는 시사하는바 많다.
기아와 대림측이 기아기연매매에 관해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간 것은 지난5월초부터였다.
4월하순 동아자동차와 기아산업과 통합조정을 맡게된 통합운영협의회(위원장 배상욱 전체신부장관)가 기아기연매매에 관한 의견조정을을 개시. 이전에 이미 기아기연의 실자산평가는 공인회계사등 제3자를 통해 진행중이었고 그 결과가 3윌중순에 밝혀져 실자산 문제는 양당사자간에 별이의없이 협의가 이루어 졌다. 실자산은 80억원으로 낙착. 지난해 연말 현재총자산 3백28억원, 부채총액2백63억원으로 장부가격 순자산을 65억원으로 잡아 재평가한 결과 80억원으로 일단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영업권에 있었다. 협상초에 기아측은 영업권으로 2백억원, 대림측은 7억원의 운을 띄웠다는 이야기까지 새어나왔고 후에 기아측은 80억원, 40억원선으로 계속 후퇴했다고. 그후 타결시한인 지난5월말 임박해서는 상공부에서 홀린내용은 실자산 80억원에 영업권20억원등 인수자간에 매매
대금을 1백억원으로 잠정합의를 본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잠정합의에서 기아기연이 지난 1, 2월에낸 8억3천5백만원의 결손을 대림측이 불문에 붙이지만 3∼5월 결손을 일방적으로 떠맡을수 없다고 단서를 달아 최종협상이 벽에 부딪치게 됐다. 기아측은 「1백억원」을 배수진으로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결국 95억원에 최종 결말을 보게되었다. 양당사자는 4일하오 늦게까지 상공부에서 큰소리가 오가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극적합의를 보았다.
배상욱 통합운영협의회위원장은 『실자산·영업권 구분없이 일괄 95억원으로 타결되었다』고만 발표했다.
…기아기연이 오는16일 대림에 정식으로 넘어가게 되어 기아그룹은만19년동안 주력상품으로 국내시장을 석권해 오던 오토바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지난해 대림공업이 8월부터, 효성기계가 7월부터 오토바이 생산을 개시하기까지 기아측은 오트바이 생산을 독점, 77년에 3만4천6백대, 78년에 7만5천대, 79년에10만9백대, 80년에 8만7천9백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올해 들어서만도 4월말현재 생산량이 l만5천8백대(82억3천만원)에 달했다. 4월말현재 생산량이 대림은 3천9백66대(연간능력 10만대) 효성은 1만5천대(6만대)이고 시장점유비가 기아 45%, 대림12%, 효성43%이기 때문에 대림은 명실공히 오토바이 톱 메이커로 군림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폐업한 호다까(수고) 시실을 도입, 고전하던 대림이었기 때문에 기아의 혼다와의 기술도입계약을 승계하게되면 스스끼(일본)와 기술도입계약을 맺고있는 만성과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기아는 배기량90cc가 주종삼품이고 대림과 효성은 주종이 모두 1백25cc였던점을 감안하면 대림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있다.
…기아그룹은 기아기연등의 처분으로 일대변혁을 맞았다. 그룹내에는 기아산업(자본금 1백50억원) 아세아자동차(63억원) 기아기연(22억원) 기아기공(38억원) 동우정기(8억6천만원) 기아서비스(3억8천5백만원) 대서산업(2억6천만원) 남일전지(2억5천만원) 한국스핀들(3억9천6백만원) 동영산업(2억6천만원) 기아상사(2억5천만원) 한국금형(5억9천5백만원) 삼천리자공 (10억원) 한국카브뷰타공업 3억5천만원)등 14개기업이있다.
이중80년도 영업실적기준 외형이 가강큰 기아산업과 아세아자동차는 각각 2백37억원, 74억원의 결손을 보았으나 기아기연은 7천3백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5개업체가 결손이었고 나머지는 이익을 냈으나 실적이 거의 미미했다.
그런데 대림에 팔린 3개업체가 모두이익을 낸 업체였고 이미 처분한 2개기업중 한국스핀들을 빼고 남일전지뿐만 아니라 추가처분예정인 한국금형과 기아서비스드 지난해같은 어려운때에도 적자를 면한 업체다.
기아는 계열기업을 정리하고나서 모기업인 기아산업및 아세아자동차와 동아자동차와의 통합이라는 새길을 걷게 되어있다.
기아는 대림과의 오토바이 협상은 끝냈지만 동아와의 자동차협상이라는 더 큰 승부가 남아있다. 그 승부를 어떻게 치르느냐가 바로 기아의 부심을 정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