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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700여 주민이 오리 5만 마리 길러 남태평양·호주까지 수출 길터-나주군 고동리 오리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괙괙 괙괙 삐약 삐약』 -. 마을 안이 온통 오리들의 합창으로 요란스럽다. 김씨네 「다란 (다란) 이」가 식구들을 거느리고 정씨네 담장 밖에서 「약돌이」식구를 불러내고 있다.
얼마 안 있어 온 동네 골목이 오리들의 아침산보 행렬로 메워지고 수천 마리 오리 떼의 주고받는 대화는 갖가지 음색이 어우러져 오리 오케스트러의 절묘한 심퍼니를 이룬다.
전남 나주군 김천면 고동리는 단위마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오리를 키우는 오리마을.
1백42가구 7백여명이 5만여 마리를 기른다. 집집마다 평균 1백50여 마리를 갖고있고 오늘의 오리마을을 이룩한 금성오리농장에는 4만여 마리가 집단 사육되고 있다.
전국에서 사육되는 오리(1백여 만마리)의 20분의1이 고동리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우리 마을은 본래 주민 대다수가 l천 평 안팎의 경작지를 가진 영세 농촌이었지요. 그러나 10년전부터 오리를 키우면서 여유있는 마을을 이루게 됐어요』
이 마을 이장 마정길씨(42)는 주민들에게 오리는 이게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한집안 식구 같은 귀중한 존재가 됐다고 했다.
오리사육으로 나오는 소득이 전체소득 4백만원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오리 값이 뛰고 내림에 따라 마을 분위기가 달라질 정도다.
『오리만큼 기르기 쉬운 가축은 없어요. 좀체로 병에 걸리는 일이 없고 밥 찌꺼기·채소찌꺼기·보릿겨 등 무엇이든지 잘먹고 잘 크기 때문에 사료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l백50여 마리를 기르고있는 주민 박하길씨(38)는 오리 기르기가 닭이나 돼지 기르기보다 훨씬 쉽고 소득도 높다며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조그마한 오리농장이라도 세워볼 작정이라고 했다.
고동리 마을이 오리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69년, 오리농장의 나원주씨(34)가 마을 뒤 야산 언덕에 대규모 오리농장을 세우고 부터.
66년 50마리로 처음 오리사육을 시작한 나씨는 3년만에 3천여마리로 늘어나자 자신을 얻어 본격적인 오리농잠을 만들었다.
그려나 오리는 많이 불어났지만 일정한 수요가 없어 정성 들여 키운 오리가 그대로 폐사 하 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래서 오리 값이 쌀 때는 통조림을 만들고 비쌀 때는 그대로 팔기 위해 통조림공장을 세웠다.
74년부터 오리고기가 군대와 교도소 등에 납품되고 통조림이 일본·필리핀 등지로 수출되자 조용하던 농촌마을은 갑자기 오리울음소리만큼 요란해지면서 활기가 솟아올랐다.
한해 7만∼8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고 78년도엔 1l만 달러 어치를 일본과 필리핀에 수출했다. 특히 이곳에서 사육되는 오리고기는 경쟁국인 대만산보다 질이 좋고 맛이 뛰어나 대만산(㎏당 3달러)의 2배인 5·5∼6달러씩의 값을 받았다.
또 지난해부터는 오리고기를 특히 좋아하는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까지 상담이 시작돼 결실단계에 있다.
현재 4만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지만 부화 때면 10만여 마리로 늘어난다.
『흔히 들 오리가 물을 좋아하니까 냇가 등 물가에서만 기률 수 있는 것으로 여기지요. 그러나 오리는 놀 때가 아니면 습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축사는 짚이나 왕겨 등을 깔아 건조하고 깨끗하게 해줘야합니다.
가끔 목욕하고 마실 수 있는 물만 충분히 갖추면 어디서든지 기를 수 있는 것이 오리입니다.』
나씨는 오리가 기르기 쉬운 가축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또 오리만큼 쓰임새가 많은 가축도 드물다는 것이다. 오리고기는 영양가를 따져 닭고기보다 우수하다. 단백질이 19· 8%로 쇠고기(19·2%) 보다 많고 열량도 닭고기(1백9당 1백26칼로리) 보다 많은 1백5l칼로리나 된다.
오리 털은 가볍고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방한 재킷에 많이 쓰이며 날개털은 배드민턴 공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나씨는 단지 오리는 닭에 비해 사료를 50%정도 많이 먹고 고기 값이 2㎏짜리 1마리에 3천5백원정도로 닭 (2천원) 보다 비싸지만 대량 사육하면 이는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나주=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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