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미 영화 수입 재개 태국 영화관은 초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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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국 영화팬들은 지금 홍수처럼 밀려든 미국 영화를 즐기느라고 극장마다 대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4년 동안 태국에 미국영화가 수입되지 않다가 최근 한꺼번에 개봉되었기 때문.
태국에 미국영화가 수입되지 않았던 것은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수입업자가 스스로 보이코트 해 왔기 때문.
그런데 최근 수입업자가 4년만에 보이코트를 철회, 10여편의 영화를 한꺼번에 수입한 것이다.
태국에서 미국영화가 자취를 감춘 것은 77년. 태국정부가 국내 영화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미국영화의 수입 관세를 종전의 1m당 10센트(약70원)하던 것을 1달러50센트(약1천)로 15배로 올린 뒤부터다.
태국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20세기 폭스사, MGM사, 파라마운트사 등 미국내의 영화사들로부터도 큰 반발을 샀지만 태국 내 미국영화수입업자들에겐 치명적인 타격이 됐다. 그래서 수입업자들은 스스로 이런 조치에 합의하는 태도로 4년 동안 1편의 미국 영화도 수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4년 동안 태국의 영화산업은 처음 정부가 생각했던 대로 크게 진홍을 하지 못했다. 진흥은커녕 오히려 경쟁상대가 없어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이 결과 관객들도 국산영화를 외면, 수준향상이란 측면에서나 영화산업 진흥이란 측면에서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니 자연 영화관계자들은 물론 열광 팬들조차도 불만이 대단해졌다. 그러나 태국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 여론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미국영화의 관세는 풀지 않고 그대로 묶어두고 있다.
이번에 업자들이 미국영화를 들여온 것은 일종의 오기. 일단은 정부의 조치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다만 업자들의 주장은 『미국영화를 들여온 것은 영화팬들로 하여금 지난 4년 동안 그들이 보아온 영화들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것들이란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시도』 라고.
그리고 『수준 높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로비가 될 수 있다』며 관세인하는 언젠가는 관철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방콕=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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