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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비봉산 올라 심호흡-서예가 정명수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무엇이든 과도한 것은 해가 돼. 중용을 지키는게 좋지…』 진주시 비봉산 기슭의 비봉루에 은거하고 있는 서예가 정명수옹(73)은 정신과 신체의 균형, 절제를 건강의 비결로 꼽는다.
요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비봉산에 올라 심호흡과 체조를 한다. 산에는 1백여명의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해뜨는 모습을 본다. 「비봉 산우회」의 지우들과 어울려 잡담을 하고 나면 심신이 상쾌해진다.
식사는 많은 양은 아니나 언제나 일정한 시간에 하려고 애쓴다. 음식은 별로 가리지 앓지만 육식은 될수록 피한다.
정옹은 50여년 전부터 등산을 즐겨 백두산을 비롯한 금강산·지리산·한라산 등을 모조리 섭렵했다.
『나이 먹을 수록 많이 다녀야 해. 취미가 있어야 하고…. 젊어서부터 식욕·색욕을 절제하면 오래 살 수 있지.』
비봉누는 정옹의 선친 정상진씨가 43년 전에 지은 것으로 정옹은 현재 서예에 몰두하며 누각아래 본가보다는 누각 옆 사랑채에서 주로 지낸다.
요즘 하루 20∼30명의 서예가 지망생들이 와서 지도를 받는다.
『젊은이들과 함께 글씨에 취하다 보면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지. 마음도 젊어지고….』 서도의 즐거움에 빠지면 정신통일과 함께 충족감을 느끼고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붓글씨를 권할만하다고 웃었다.
마음이 어수선해지고 잡념이 생기거나 욕심이 생기면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정신통일을 위해 붓을 든다고 했다.
선대에서부터 집안이 채식의주의 식생활을 해왔고 중학교 때 소화불량에 걸려 고생하다 채식으로 병을 고친 뒤, 지금까지 더욱 철저히 채식을 해왔다.
『과로 안하고 큰 욕심 없이 살면 되지. 술도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고. 담배는 원래 안해』하며 향긋한 다솔 다와 보성 다를 권한다. 요즘은 한국 차에 심취해 있다.
우람하거나 건장한 체격은 아니지만 병원과 약은 될수록 멀리 하려고 애쓰고 못 견딜 때만 약을 먹는다. 저녁 때 TV를 보는게 유일한 오락이며 밤10시쯤 잠자리에 든다.
이야기 중에도 붓글씨에 열중하거나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던 정옹은 문득 문밖으로 나가 누각에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고도에 가득 찬 초여름의 훈향이 코끝에 향기롭다.
『제때에 잘먹고 할 일을 다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건강하게 살 수 있지.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아』하며 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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