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창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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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5일동안 서율여의도에서 일령거렸턴 국풍바람은 우리부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열기를 우리사회전반에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여운믈 남겼다.
이제 그 폐막과 함께 국풍행사의 의의를 다시금 구축해두는 것도 앞으로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우선 이번 여의도현사는 규모면에서 가강 거대한 민속잔치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방별로 야토문화제를 벌이고 또 매년 전국민속경연대회를 갖는등 적지않게 민속행사를 벌여왔지만 이번은 그어느 행사들 보다도 우람한 규모였으며, 더구나 팔도를 두루 망라한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참가자가 거의 5백개팀 3만명에 이르고 관객은 무려 1천만명에 이르렀다는 주최측의 추산에서도 그것은 넉넉히 짐각된다.
그러나 대규지성 그자체보다도 한국적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민중제전이었다는 점에서도 평가되어야겠다.
그것은 이행사가 우리 전통문화의 발전적 함승이라는 구호아래 전통적인 민속놀이를 거의 망라, 전시했다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다. 최근, 우리사회가 즐기고있는 새로운 외내민속들을 아무 거부반응없이 긍정적으로 함께 전시했다는 문화적 포용력에서도 찾을수 있다.
부재춤을 추고 농악을 즐기며 고내 우리들의 전통적인 민속을 계승하는 것에만 그치지않고 새로 외풍에 밀려 우리사회에 들어와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고있는 현대적인 유행가요와 롤러스케이트 놀이가 모두 한마당에서 함께 펼쳐질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81년에 사는 우리가 전통과 근대화라는 맞바람속에서 용케 생존을 유지하며 문화를 창조하고 역사를 구축해가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전통과 근대화는 결코 대립적이거나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모순이 아니다. 현실가운데 적절한 방법과 수용기술에 따라서는 별다른 부작용없이 원활하게 융화할수 있다.
따라서 국풍은 바로 그같은 의미에서 반드시 외풍에 대결하는 의미만으로 이해되어서도 안된다.
국풍은 사전적 의미에서 분명 「한나라의 국풍」에 틀림없으나 그 풍속은 꼭 전통적으로 이어내려오는 것만이 아니고 새로 받아들이고 또 새로 창조한다는 의미까지 포괄하여야함도 그때문이다.
이같이 전통과 근대의 만남이 굳이 민속놀이만이 아니라 각지방의 명산물과 취식이 또한 이자리에 함께 집결했다는 점에서도 홍미를 자아냈다.
놀이는 그저 유희에 불과한 것만이 아니며 유희를 있게하는 것은 역시 생산이 있음으로써 가능하다는 인식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상고이래 우리민족이 무천이다, 동맹이다, 영고다하여 놀았을 때에도 그저「놀이」에 그치고만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수확을 감사하는 잔치요, 노경을 찬미하는 행사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유악은 무가치한 낭비라고 할수도 있다.
농산물을 거두고난 10월에, 그 생산을 가능하게한 하늘에 감사하며 지난시절 농사나 사냥에 쏟았던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우리선조들은 풍년를 축하하며 마음것 놀았던 것이다. 그것은 또 다용해의 생산과 관련된 놀이였다.
국풍이 놀이와 생산의 의미를 현대에도 조화롭게 살리는 노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할 것이다.
그점에서 보면 국풍이 난장을 허용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시장의 잡상들마저 밀려드는 인파속에서 장사재미를 톡톡히 보았다고 그것은 오히려 불경기속에 극히 다행스런 일이며,이야말로 생산과 노동의 현장이 놀이판 가운데서 생생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가운 일면이라 하겠다.
이제 국풍을 끝내고 주최축은 이행사의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도 매년 이같은 행사를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라 한다.
기왕 그같은 계획이라면 이제 차분히 이 행사를 되돌아보고 부족하고 모자라는 점을 두루 정리해서 앞으로는 보다더 좋은 성과를 거둘수있는「민족의 황제」가 되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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