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4)제73화 증권시장(6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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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월 증권파동」전후>
이제 20여년이 지난 지금 62년 5월 파동의 원인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려 한다.
당시 내가 대증주나 일부 한전주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국채중심의 증시를 주식중심으로 바꿔놓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액면가 인하로 워낙 떨어진 줏가를 좀 부추겨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야 만이 일반투자자들도 주식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액면 50환 짜리 대증주를 6억주 사들여 2화선까지 끌어올리려 했으나 5억주를 사들이니 2환선을 뛰어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말았으나 줏가는 진정되지 많았다. 하는 수 없이 대증주의 상한선을 4환으로 정하고 다시 6억주를 사들이려는데 4억주를 매입하니 4환선을 육박했다.
결국은 증시의 물량부족이라는 점을 깨닫고 당국에 정부보유주식의 대량공급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듣지를 않았다.
둘째, 증권회사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무리한 책동전이 증권파동의 한 원인이다.
투자주 보호는 뒷전에 밀리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치열한 책동전을 벌였다.
이러한 판국에 5월 하순 필자는 당시 서재식 거래소 이사장의 제안대로 매도 측 13개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산차금의 납부를 면제토록 했는데 이것을 기점으로 매도 측이 공세로 나으면서 매수 측의 숨통을 죄어 증권파동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세째, 5월25일부터 매도 측이 총 공세로 나오면서 6백억환에 달하는 매물공세를 벌였을 때 필자는 이를 다 사들이도록 관계회사에 지시했다.
그것은 액면 50전짜리가 35환할 정도로 70배나 오른 시세가 대량판매로 인해 하루아침에 폭락하면 필자는 물론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투자자와 필자 등의 피해를 줄여보려고 전량 매수한 것이 자금 부담이 됐고 특별융자를 받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이상 5월 증권파동의 직접적인 원인을 말했으나 빼놓을 수 없는 간접적인 원인이 또 하나 있다.
6월10일에 단행된 화폐개혁이다. 여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챙기고있던 나는 정확한 날자는 몰라도 화폐개혁이 6월중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정지원씨가 청산거래에서 당한은 사도 선한은 팔라고 권고했다.
지난번 대증주 작전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절대로 남의 권고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터였으나 정씨의 말을 참고하기로 했다.
5월 당한은 사고 6월 선한은 팔아서 5월 당한의 매수건옥보다 6월 선한의 매도건옥이 훨씬 많았다.
이것이 나의 작전에 적지않은 부담이 됐다.
5월 들어서면서 매입한 5월 당한보다 팔아버린 6월 선한량이 훨씬 많았다.
계속해서 줏가가 오르는 상태에서 팔아버린 양이 더 많았으니 매일같이 정산차금을 거래소에 내야했다.
6월중 화폐개혁설에 따라 한쪽으로는 주식을 사면서도 6월 선한은 더 많이 팔아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던 것이나 정산차금으로 오히려 자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됐다.
화폐개혁설을 의식해서 6월 선한을 사지 않고 팔아버린 것이 큰 실책이었다.
매도 측이 이러한 정보를 놓칠 리가 없었다. 일제히 5월 당한에 대한 물량공세로 나왔던 것이다.
이밖에 매도 측, 특히 송대순씨와의 중권시장에서의 주도권 쟁탈전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5월 중권파동의 원인 말고도 그 과정 등에 얽힌 뒷 얘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5월 파동을 전후해서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렸고 지금까지 그 돈으로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
증시에서 막대한 돈을 만들어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는데 정치자금으로 보탰을 것이라는 등 2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구구한 억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62년 1월 통일증권을 설립하기 위해 빈 7억환은 5개월 동안의 증권투자에서 번 돈으로 갚았다.
또 이제 와서 밝히지만 나의 신념에 따라 공화당을 창당하는 과정에 미력한 힘이나마 막후에서 조력한 것이 사실이다.(좀더 자세한 내용은 후일 기회가 있을 때 밝히기로 한다) 여기서 분명히 말해 둘 것은 5월 증권파동과 6월10일 있은 통화개혁과는 필자가 아는 한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우연히 5월말에 증권파동이 일어나고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6월10일 통화개혁이 있었기에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하고 당시에도 의문이 있었으나 무관한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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