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레 행락 나선 젊은이들 농촌 일손 돕기 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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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일요일 서울 성북역은 명절을 앞두고 귀성객으로 붐비는 서울역과 흡사했다. 행락철 주말을 맞아 유원지나 산을 찾아 나선 수많은 젊은 남녀들이 들끓고 있었던 것이다. 형형색색의 등산복과 야외복 차림에 「××회원 모여라」 「○○학교△△회원 모여라」 등등 플래카드까지 들고 역 개찰구 앞을 에워싼 수많은 인파.
대합실과 역 광장 이곳저곳 등산장비가 가득 든 배낭을 쌓아놓고 신문지를 깔고 앉아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맞춰 어깨를 들먹이거나 화투판을 벌이는 남녀들의 대부분이 젊은이 들이었다.
더우기 이미 오래 전부터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회지를 찾아 고향을 등졌기 때문에 농촌의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든 매스컴은 자주 보도해왔다.
그런데 자신이 농촌출신일지도 모를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트레스해소」라는 구실아래 등산장비와 기타 카세트 라디오를 둘러메고 산이나 유원지를 찾아 홀가분하게 달리는 모습을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어떨까에 대해서는 그들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요란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것보다는 주말이면 가까운 교외 농촌으로 나와 바쁜 농촌의 모내기 일손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 여가선용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회의 젊은이들을 보는 농촌사람의 눈도 달라질 것이며 젊은이들은 나름대로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흔한 대학축제 항목 속에 농촌 일손 돕기도 들어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김남규(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l리 10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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