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인력 고른 활용에 주안|개정된 공무원 임용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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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정된 공무원임용령은 공무원의 파견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겸직도 거의 완전히 개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같은 개방조치는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경력및 능력개발의 기회를 주고 정부부문과 민간부문간에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란 설명이다.
그러나 시행에 따라서는 개방조치가 본의 아닌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없지않다.
우선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직업공무원의 신분보장을 확립하겠다는 당초의 법개정취지가 경직확대 조합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직업공무원제도를 손상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수·정부기관·공공단체의 임직원들에게 일반공무원자리까지 겸직토록 하면 막상 직업공무원들의 설자리가 어디냐는 얘기다.
반대로 민간단체나 공공기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의 파견범위의 확대가 민간기구나단체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새임용령은 공무원의 파견범위를 「국가이외 기관·단체에서 국가적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총무처장관이 지정하는 어떠한 기관 단체에 할수있도록 규정했다.
법제실무자들은 공무원들이 필요한 경우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 가서라도 마음껏 실무경력을 받으라는 취지에서 제한을 풀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조문에 공무원의 파견은「파견받을 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어야한다」는 명문규정이 있기때문에 정부자의에 의한 일방적 파견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와 같은 관 우위체제 속에서 정부가 특정기관이나 단체에 공무원의 파견을 필요로 할때 이 파견을 거절할수 있는 단체나 기관이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파견자의 임무·파견된 곳에서의 지위등에 대해서는 일체의 명문규정이 없다. 단지 파견자는 파견된 기관의 조직상 직책을 갖지 못하며 파견임무는 파견자의 본래소속기관장이 정해준다는 총무처의 유권해석이 있을뿐이다.
따라서 파견자가 정부투자기관·공공단체, 심지어 민간기관단체에서까지도「보이지 않는손」으로 업무를 조정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올만도 하다.
1년이상 산하단체등에 파견할 경우에는 원소속기관에 파견자의 정원이 별도로 남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는「별도정원제」가 이번에 도입됐다. 이제도를 이용해 각부처에서 인사 숨통을 트기위한 방편으로 산하단체에 무더기로 파견근무를 시킬 가능성도 없지않으므로 이를 규제하는 조치가 따라야할것같다.
겸직의 경우에 있어서 어느쪽 보수의 기준으로 봉급을 받느냐도 문제다.
이문제는 본래 직책의 봉급에다 겸임수당을 주는 방향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명예퇴직수당제도는 모범공무원의 명예퇴직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주기위해 실시한다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의 배경에는 공무원사회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보자는 의도도 깔려있는게 사실이다.
이 명예퇴직제도가 장관이나 기관장들에 의해 일시질병자·노령장기근속자등에 대한 강제퇴직의 한 방편으로 사용될 경우 직업공무원제 확립에는 오히려 역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같다.
이번 임용령 개정에서는 지금까지 각부장관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오던 보직관리기준을 선언적이나마 명문화시켰다.
즉 『임용권자는 직위의 직무요건과 소속공무원의 인적요건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임용해야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고려해야할 구체적인 직위 직무요건과 인적요건을 세분화해놓았다.
특히 교육훈련을 받거나, 특수한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은 그와 관련된 직위에 보직하도록하고 지방행정기관의 경우 연고지를 고려토록 규정했다.
또 지금까지 계급중심으로 운영되넌 공무원제도를 직위분류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53개이던 직렬을 58개로 늘리고 직렬의 하위개념으로 직류를 만들어 1백24개의 직류를 새로 분류했다.
총무처는 지금까지는 행정·세무·전산등 직렬중심으로 채용시험을 치르거나 인사이동을 했으나 앞으로는 더 세분화된 직류중심으로 시험이나 인사를 할 방침이다.
따라서 직렬인 「행정」이 일반행정·재경·교육·사회등의 직류로 세분화됨으로써 채용시험도 세분화해 치르게 됐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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