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최경환 침묵하지만 … 여권 '화약고' 영남 신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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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인 영남을 TK (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로 갈라놓는 이슈가 있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다. 엄밀히는 대구와 부산의 갈등이다. 대구는 가까운 경남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지지한다. 이명박(MB)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2011년 백지화하면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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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을 원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금명간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으로, 1~2년 내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20대 총선(2016년 4월)과 19대 대선(2017년 12월)에 즈음해 결론이 나는 셈이다. 그래서 여권 내에선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 “여권에 잠재된 최대 갈등 요인이자 화약고”라고 말한다.

 현재 정치권은 “정치 논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결론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이슈는 여권 주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닿아 있다. 여기에 국토부 발표 바로 이튿날 홍준표 경남지사가 “정부가 추진하는 신공항은 동남권 신공항이지, 부산 신공항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공항 입지는 물구덩이(가덕도)보다 맨땅(밀양)이 낫다”며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불을 질렀다.

 부산 영도가 지역구인 김무성 대표도 일종의 이해당사자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큰 꿈’을 꾸고 있는 그로서는 고향과 TK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부산지역 의원은 “정치권에선 철저히 입을 닫아야 한다.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건 김무성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밑바닥 정서가 간단치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 김 대표는 전당대회 무렵 첫 지방 순회 일정으로 6월 19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신공항 입지 문제를 입에 올렸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중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선대위를 개최한 것은 잘못된 일로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에 차세대 TK 리더 중 한 명인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반발이 컸다. 가덕도 선대위 개최를 비판했던 유 의원은 전당대회에서도 김 대표와 경쟁한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K2 공군기지 이전을 숙원사업으로 꼽고 있다. 현재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전부지 선정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신공항 입지에도 민감한 상태다.

 경북 경산-청도가 지역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어깨도 가볍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수장인 그가 신공항 입지에 대해 발언할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 주무 장관인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도 막역한 사이다. 그러나 TK 리더로 지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적 부담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갈등의 중재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크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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