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과일·쌀 … 엄마들의 온라인쇼핑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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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사는 권모(45)씨는 결혼 이후 20년 가까이 주말 하루 저녁은 남편과 함께 인근 할인점을 찾아 일주일치 먹거리를 샀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는 인터넷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할인점이 문을 닫는 낭패를 몇 번 겪자 대안으로 온라인 쇼핑을 택한 것이다. 몇 번 해보니 어렵지 않았고, 품질도 꽤 만족할 만했다. 짐꾼에서 해방된 남편도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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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씨와 같은 중년 여성의 온라인 장보기가 급증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이베이코리아가 함께 진행한 조사 결과다. 조사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최근 4년간(2010~2013년) 쇼핑 빅데이터 2억5000만 건이 대상이었다. 거래된 돈은 14조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미숙한 중년 여성까지 인터넷 장보기에 나섰다는 것은 과거 젊은 층이 중심이 됐던 온라인 문화가 전 계층으로 확산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쇼핑의 트렌드가 3일 또는 5일장→재래시장→수퍼마켓→대형할인점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온라인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 성숙기의 결정적 증거는 40~50대 여성들의 변화에서 감지됐다. 2010년 옥션에서 40~50대 여성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구매한 양은 510만 개였다. 이후 820만 개(2011년)-1220만 개(2012년)-1740만 개(2013년)로 비 온 뒤 죽순 자라듯 쑥쑥 커 올랐다.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만 50% 안팎의 수치다. 옥션 온라인 쇼핑몰 전체의 연평균 성장률(30%)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다.

 중년 여성도 세대별·기기별로 쇼핑품목에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PC를 통해 40~5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산 제품은 커피였다. 40대는 커피-티셔츠-국내산 과일-벽지·시트지-레깅스·스타킹 순으로 많이 구입했고, 50대는 커피-국내산 과일-쌀-조명-레깅스·스타킹 순으로 쇼핑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쇼핑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40~60대 모두 커피 대신 국내산 과일을 가장 많이 구입했다. 40대의 경우 국내산 과일-티셔츠-레깅스·스타킹-만두·탕·간편조리식품-커피 순을 보였고, 50대는 국내산 과일-커피-레깅스·스타킹-만두·탕·간편조리식품-티셔츠 순이었다.

 전체 여성 온라인 쇼핑의 3% 미만인 60대 여성의 경우 주유소나 편의점 상품권이 5위에 오른 점도 흥미롭다. ‘콩나물값 10원도 깎아보겠다’는 옛 주부의 심정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셈이다. 중년 여성들의 쇼핑 품목은 같은 세대 남성이 PC나 모바일에서 주로 구입하는 커피·조명·DIY·보수용품·케이블·낚시장비 등과는 차이가 컸다.

 세종대 이동일(경영학) 교수는 “4050여성은 가족 소비의 핵심계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PC통신과 초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들이 중년 여성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최근 4~5년간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사회의 ‘커피 열풍’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점이다. 20~50대 전 연령층에서 쇼핑 품목 1위는 커피류였다. 최근 들어 김치 소비는 줄고, 애견 사료 구매액이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010년에는 김치 구매액의 90%에 불과했던 애견 사료 구매액이 지난해부터 역전해 올 들어선 김치 구매액보다 38%나 많아졌다. 식단과 라이프스타일이 해가 갈수록 서구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온라인 쇼핑도 기존 PC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2012년 3%에 불과하던 모바일 쇼핑 비중은 지난해 16%까지 늘었고, 올해는 6월 말까지 6개월 동안 30%로 껑충 뛰었다.

 이베이코리아의 홍윤희 부장은 “PC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모바일 쇼핑이 급증한다는 점은 온라인 쇼핑산업에 또 다른 도전과제를 던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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