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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추석 앞두고 월병 선물 줄어든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넘어 그 윗선으로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시사다.

중국 정가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31일 “최근 시 주석이 한 회의에서 ‘지금 부패 척결을 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 누구든 조사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내 목숨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결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당 원로 등 일부 회의 참석자가 “최근 부패 척결이 도를 넘고 있으며 이렇게 가면 목숨을 건 권력 투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달 초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당 원로들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 일가에 대한 비리 조사 중지를 촉구하자 “목숨을 걸고 부패 척결을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가 지도부와 당 원로, 각 분야 전문가들은 매년 여름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겸해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장쩌민(江澤民·88) 전 국가 주석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문은 장 전 주석이 8월 초 상하이(上海)에 머물던 중 방광암이 악화돼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소식통은 “장 전 주석 가족도 부패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병세 악화는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의 큰 아들 장멘헝(江綿恒)은 당 기율위 조사를 받는 저우 전 서기의 아들 저우빈(周濱)과 상하이(上海)에서 정유회사를 공동 운영하며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은 사모펀드를 만들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하고 상하이 공항 면세점까지 운영하며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주석은 저우빈 수사 과정에서 큰 아들에 대한 비리가 나오자 시 주석에게 지나친 부패 척결 자제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지난달 중국 인터넷에서는 장 전 주석 재임(1993~2003년) 시절 실정(失政)과 비리를 알리는 비디오가 유포되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은 5월 상하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는 보도 이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10월 예정된 당 중앙위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법치의 제도화와 함께 전직 국가 지도부 부패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장 전 주석과 원 전 총리, 쩡 전 국가 부주석, 자 전 정협 주석에 대한 조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지난달 25일 300여 명의 정협 상임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우융캉 늙은 호랑이의 사법 처리 후 더 큰 호랑이(국가 지도자 급 부패인사)를 잡을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가족 재산이 27억 달러(약 2조7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원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어떤 형식이든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뉴욕타임스가 2012년 10월 관련 보도를 하자 원 전 총리는 직접 당 기율위에 가족 재산 조사를 의뢰했으나 아직까지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부패 척결이 계속되면서 중국 공무원에 대한 추석(중추절) 뇌물이나 직접 선물 대신 선물 쿠폰북이나 무기명 전자선물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쿠폰북을 선물 받은 사람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선택한 뒤 이용자 고유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택배로 선물을 수령할 수 있어 비밀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으로 전통적 인기 뇌물인 값비싼 월병이나 술·담배·상품권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과거 고가의 월병이나 술·담배 등을 선물 받은 사람은 이를 판매한 상점에 가져가 현금으로 바꾸는 일이 적지 않았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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