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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고흥·신안, 16년 뒤엔 10명 중 6~7명은 65세 이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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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는 덜하지만 농어촌 중심의 군지역에선 고령화 문제가 이미 일상이 됐다. ‘아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역도 많다.

앞으로 16년 뒤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중이 68.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북 군위군을 찾아가 현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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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 경북 군위군 동부1리 마을회관 경로당. 트로트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회관 앞마당 정자는 화투 놀이하는 할아버지들이 이야기꽃을 피워 시끌벅적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어린이집의 한산함과는 대조적이다. 매일 오후 2시가 지나면 어김없이 마을 노인들이 이곳에 모인다. 집 안에서 적적하게 있기보다는 군에서 제공하는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거나 담소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25명 중 11명이 배우자와 자녀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었다. 동부1리 이장 이종록(69)씨가 가장 젊다. 나머지는 모두 73세 이상으로 그중 5명은 80대였다. 셋 중 한 명이 70대 이상인 마을에서 누가 하루라도 경로당에 나오지 않으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 찾아가 보는 게 일상이다. 이종록 이장은 “젊은이들은 다 외지로 나가서 없으니 마을은 적적하고, 주민들은 외롭다”고 말했다.

 군위군 내 다른 마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부2리 경로당에는 할머니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각각 80, 84, 86세였다. 서부1리 경로당에 모인 11명의 노인도 모두 70세 이상이었다. 서부1리 노인회장 배부호(77)씨는 “촌동네 가면 마을에서 제일 젊은 사람이 70세라는데 여기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고 말했다.

 간판 개선사업으로 깔끔하게 단장된 군위읍 중앙로는 군위군에서 가장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내내 인적이 드물었다. 20~30대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중앙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8)씨는 “10년 전과 비교해 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인구도 많이 줄었다. 내 또래까지는 괜찮지만 더 젊은 사람들은 자녀 학업 등으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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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령화율 22%, 광역 단체 중 12위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연구센터(센터장 김순은 교수) 조사 결과 앞으로 16년 뒤인 2030년에는 경북 군위군의 고령화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68.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민 10명 중 7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란 얘기다. 이는 2005년과 2010년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인구 수를 기준으로 전출입과 출생, 사망 등의 추이를 고려해 2030년의 지역별 인구와 고령화율을 추산해 낸 결과다.

 최근 지자체 간 합병으로 인구가 크게 변한 창원시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 고령화율 예상 2위는 전남 고흥군(62.4%)이었고 전남 신안군(3위·61.6%)이 뒤를 이었다. 이어 전북 진안군(4위·59.6%), 경북 의성군(5위·59.1%) 등이 노인 비중이 높은 지자체로 예측됐다.

 군 단위 지역들의 고령화율이 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조사 결과 226개 기초지자체 중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16곳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 화성시(고령화율 6.6%)와 전남 무안군(8.5%), 충남 아산시(8.6%)를 비롯한 11개 기초지자체의 고령화율은 15%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났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신도시 조성이나 도청 이전(전남 무안군) 등의 호재 덕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된 지역들”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광역지자체(세종시 제외) 중에선 2030년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라남도(31.6%)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광역시(29.1%)와 경상북도(28.7%), 강원도(28.3%), 전라북도(26.9%)의 고령화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신도시가 많은 경기도(20.4%)와 대전광역시(20.6%), 충청남도(20.8%) 등은 상대적으로 젊은 광역자치단체로 남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특별시의 2030년 고령화율은 22.1%로 16개 광역시·도 중 12위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 내에서도 고령화율 차이는 크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부산시 서구의 2030년 고령화율은 38.4%(226개 중 63위)였지만 강서구의 고령화율은 14.5%(226개 중 217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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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생산성 높이는 정책 변화 시급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지역 생산력 감소도 우려된다. 이경은 고령사회와 사회자본연구센터 연구원은 “특히 농촌형 지방정부에서 고령화는 지역 생산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지역경제 성장의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지방일수록 경기가 둔화하고, 이로 인해 젊은 인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공동화(空洞化)가 우려되는 지역도 늘고 있다. 2010년 현재 7737명의 주민등록인구를 가진 경북 울릉군의 인구는 2030년에는 488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년 인구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민정책의 문턱을 낮춰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맞춰 서울시는 지난 4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기 은퇴의 길로 들어섰지만 노인으로 우대받지도 못하고 있는 이른바 ‘낀 세대’인 50대에 초점을 맞춘 베이비부머 응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론 일자리 엑스포를 매년 열어 50대 이상 계층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또 50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대비 교육을 맡은 ‘인생 이모작센터’를 현행 2곳에서 2020년까지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생 후반을 맞은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늘려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서울시처럼 그나마 여건이 좋은 일부 지자체에서나 가능하다. 김순은 교수는 “단기간 내에 인구 고령화와 과소화, 공동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선 행정구역 개편은 물론 정주공간 개편, 지역공동체 역량 강화 등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소규모 지역별 인구추계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지역 특성화 정책 수립을 위한 권한 이양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수기 기자, 군위=차길호 인턴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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