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선 당류 섭취 반으로 줄이라는데, 한국 현실은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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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22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당류(糖類)의 하루 섭취기준을 기존보다 50%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류 섭취량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서구에선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내에선 ‘현실을 도외시한 기준’이란 반론과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 등 찬반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서울시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당류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하지만 가공식품의 ‘영양성분표’엔 탄수화물과 당류 함량이 따로 표시돼 있다.

탄수화물은 5대 영양소 중 하나이며, 최소 단위가 단당류(포도당·과당 등)다. 단당류가 둘 모이면 이당류(설탕·맥아당·유당 등), 3∼10개면 올리고당, 이보다 많으면 다당류(전분 등)다.

단당류·이당류는 단순당(單純糖), 올리고당·다당류는 복합당(複合糖)이라 불린다. 마트에서 팔리는 식품 라벨에 쓰인 ‘영양성분표’ 상의 당류도 단순당의 총량이다. 당류는 다시 첨가당과 천연당으로 나뉜다.

숭의대 식품영양과 이애랑 교수는 “천연당은 말 그대로 과일·우유·꿀 등 천연식품에 함유된 당, 첨가당은 빵·과자·아이스크림·초콜릿·탄산음료 등에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러 첨가한 당”이며 “가공식품의 ‘영양성분표’에 쓰인 당류는 주로 첨가당”이라고 설명했다.

체내에 들어온 당류는 가장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되므로 기진맥진한 사람에겐 권할 만하다. 하지만 당류는 비만·당뇨병이 걱정인 사람은 섭취를 최대한 절제해야 하는 당이다. 당류는 먹자마자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며,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서 췌장(인슐린 분비 장기)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당류를 먹으면 2∼3시간만 지나도 허기지고 식은 땀·현기증 등 저혈압 증상이 동반되는 것은 이래서다.

2002년 WHO는 첨가당을 통해 얻는 열량이, 1일 섭취 총 열량의 1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당류 섭취기준을 발표했다. 하루에 2000㎉를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의 10%인 200㎉ 이상을 첨가당에서 얻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WHO 당류 섭취기준은 일부 서구 소비자 단체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당류가 충치 등 치아건강과 비만·당뇨병 등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했을 때 섭취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비난이었다. 결국 WHO는 올해 당류 섭취기준을, 당류를 통해 얻는 열량이 하루 총 섭취열량의 5%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조건부 권고’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쉽게 말해 첨가당을 하루에 25g(기존 50g) 이하 섭취할 것을 권장한 셈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에 따르면 10대∼20대는 이미 하루에 평균 46g이 넘는 첨가당을 섭취하고 있다. 40대는 37g, 50∼64세도 28g을 섭취한다. 또 전체 국민의 23%가 하루에 첨가당을 50g(기존 기준)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20대에게 최대 당류 제공 식품은 탄산음료. 30대 이후엔 설탕(1위)과 커피(2위)를 통해 첨가당을 많이 섭취한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엔 당류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어린이에겐 “과자나 탄산음료,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지 말 것”을, 청소년에겐 “탄산음료·가당음료를 적게 마실 것”을 주문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박사는 “2002년 지침엔 ‘성인은 단 음식과 단 음료를 제한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2009년에 이 조항이 삭제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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