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할 수도…안 할 수도 없는… 골칫거리…고교생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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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교생들의 흡연문제가「위험수위」를 넘어 각 학교가 학생지도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단속과 처벌을 거듭해도 흡연학생수가 줄기는 커녕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을 사 역효과가 나자 ▲처벌대신 운동장·화단청소를 시키는가 하면 ▲학생들을 상대로 한 담배끊기 강좌도 하고 ▲금연학교에 입교시키는 등 계몽과 설득을 통해 스스로 담배를 끊도록 유도하는 등 갖가지 궁리를 하고있다.
지난 한해 동안 서울시내에서 경찰이 적발해 학교와 가정에 통보한 미성년흡연자는 모두 4천15명.
이는 79년의 2천16명에 비해 2배나 늘어난 숫자이며 흡연자의 90% 이상이 학생으로 분석됐다.
또 금연운동가인 김봉호 목사(금연학교총무)가 지난해 서울시내 5개 고교생 7백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절반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흡연자의 45%가 중 3때부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S상고 박모 교감은『올 들어 12명의 흡연학생을 적발, 유기정학 시켰으나 흡연자 중 교내에서 적발되는 학생은 일부이고 실제로는 전체 학생의 60%이상이 담배를 피운다』고 분석했다.

<처벌>
학교에 따라 흡연학생이 적발되는 경우 근신에서 퇴학까지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교는 1∼2주일씩의 정학처분을 내린다.
서울M고교의 경우 2주일이상의 무기정학으로 처벌을 강화했었으나 흡연학생 수가 줄지 않아 올해부터는 다시 2주일의 유기정학으로 완화하고 건강교육과 소지품검사 등을 통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K상고의 경우도 정학·퇴학의 처벌규정을 올해부터 완화해 교실에서 흡연한 경우를 제외하곤 1회 적발자는 1주일, 2회 적발되면 10일씩 근신처분하고 등교시간 1시간 전에 학교에 나와 운동장·화단 등을 청소하도록 하고 수업은 정상적으로 받게 한다.

<금연학교>
서울J고교의 경우 처벌대신 금연학교에 입교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정상수업을 받고 방과 후 금연학교에 등교, 하루 2시간씩 5일간의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제출하면 처벌이 면제된다.
이 학교 학생주임 윤모 교사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정학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아래 금연학교에 입교시켜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휘경동 위생병원에 개설된「5일 금연학교」엔 최근 고교생수감자들이 크게 늘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개설되었던 제46기 금연학교생 1백1명중 고교재학생이 75명(75%).
이들은 단체 입교한 서울 D공고생 14명, J고교생 13명, B고교생 9명 등 서울시내 14개 고교에서 적발된 학생들이다.

<담배끊기 강좌>
전체학생이 참가하는 담배끊기 강좌는 담배의 해독을 보여주는 영화와 전문가의 강의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이 강좌는 지난해「세계금연의 해」를 맞아 서울 위생병원이 마련한 이동금연교실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되어 l백여 고등학교가 단체수강을 받았다.

<흡연실태>
학생들은 학교 앞 구멍가게나 빵집 등에서 개비 담배를 사 피우기도 하고 교사의 소지품조사에서 적발되지 않기 위해 현 교과서의 책갈피를 담배크기로 잘라낸 뒤 성냥과 함께 숨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고교1, 2학년생은 아직 중독단계에 들지 않아 부모·교사들의 충고로 쉽게 금연이 가능하지만 고3생들 중에는 대학입시 걱정과 성인이 됐다는 심리로 하루1갑 정도까지 피우는 학생들도 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일부학생들은 수업이 끝나기 바쁘게 휴식시간을 이용, 학교 앞 라면가게 등으로 달려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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