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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진동·경적소리로 수업지장 강원 동해시 남호국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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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해=엄주혁·채흥모 기자】1천 여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국민학교 교문 바로 앞으로 철길이 놓이고 있어 열차가 지날 때마다 경적과 진동으로 수업이 중단되는 등 철도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 부곡동 남호국민학교(교장 김진유·55)교문 3m앞은 경보기와 차단기·간수가 있는 제2종 건널목.
또 철길을 건너면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7m쯤 떨어진 곳에 쌍용양회의 1만 드럼 용량 대형벙커C유 저장탱크 2개와 압력보일러시설이 가동되고있다.
21학급 1천65명의 이 학교는 매일 건널목을 건너 통학하는 학생만도 향노동과 부곡동 일대에 사는 6백50여명.
68년에 개교한 남호국교는 이 때문에 등·하교시간에 6학년생 3명과 교사1명이 간수 한용집씨(48)와 함께 건널목을 지키며 매년 3월 입학철에는 학생들에게 「철길을 건너지 말자」는 캠페인리본을 달게 하고 매일아침 조회 때마다 철길안전주의를 하는 것이 입버릇처럼 됐다.
이 학교 교장 김진유씨는『개교이래 다행히도 건널목사고가 난적은 한번도 없었다』면서『이 학교에 부임한 뒤로는 외출할 때 수시로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사고유무를 묻는 것이 습관처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안고있는 보다 큰 고통거리는 열차의 경적과 진동으로 인한 수업의 피해.
하루 24회의 영동선 열차가 지나가는 이 건널목은 수업이 시작되는 상오 8시30분부터 끝나는 하오 7시 사이만도 13∼14회의 정기열차가 운행되며 쌍용양회의 화물을 운반하는 부정기열차까지 수시로 지나가면서 울리는 경적으로 수업이 중단되기 일쑤이고 철길 쪽에 위치한 6학년 교실과 음악실 등 본관건물 2층은 열차진동으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다.
학교측에서는 매년 영주지방 철도사무소에 학교 앞 부곡건널목에서만은 경적을 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철도법에 안전수칙으로 건널목과 터널전방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의무화되어있어 가능한 한 협조하겠다는 회신만 해오고 있을 뿐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6학년2반 담임 최종만 교사(37)는『경적이 울리면 바로 옆에서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경적으로 수업을 중단했다가 다시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5분 정도는 걸리는데 1시간에 2번쯤 지나가면 2시간은 수업분위기가 엉망이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평 동해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학교설립 때 철도부지에 지었기 때문에 적지선정이 잘못된 것』이라며 『도교위와 교육청에서 학교를 이전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10억여원이 넘게 드는 예산 등 구체적인 뒷받침이 없어 현재로서는 83년쯤에나 이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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