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올려 물가를 잡는|미국 중앙은행, 필사의 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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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월들어 경기가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돈이 많이 풀려나가자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빌려주는 금리인 공정할인율을 5월들어 13%에서 14%로 올려 버렸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이 빌려가는 은행에 매기는 벌금 금리도 종전 3%에서 4%로 함께 올렸다.
경기회복도 좋지만 돈이 풀려 물가가 오르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
기업들은 말할것도 없고 증권시장을 비롯해 온갖 비난이 쏟아지지만 「볼커」의장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있다.
미국의 경제계조차 금리도 금리지만 두꺼비배짱의 「볼커」개인에 대한 관심이 더 클 정도다고「레이건」행정부도 아직까지는 그의 비위를 거슬리기를 꺼리고있는 눈치다. 자기네들 선거공약이기도한 인플레 퇴치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니까 내놓고 반대할 처지도 못된다.「스프링켈」재무차관 같은 이는 공식적으로는 「볼커」의 긴축책을 적극지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적으로는 노골적인 비판을 털어놓고있다.
긴축을 하는것은 찬성하나 중앙은행이 통화증발만 억제하면됐지 왜 금리까지 올려대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말많은 통화정책을 순수한 마음으로 굳건히 밀고 나가고 있는 「볼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있다.
금리가 오름에 따라 자동차판매가 줄고 주택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지만 다시 불황을 불러들일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시동이 걸린금리는 또 한차례 20%선울 깨뜨리겠지만 올가을쯤이면 15%선에서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는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은 차지하고서라도 중앙은행의 고집은 정부도 어쩌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로치면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줌비이사회의 권위는 대법원의 그것에 버금간다고 말할정도다.
정부권력의 친인플레적인 속성을 견제하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최근들어 물가가 눈에 띄게 안정되고 있으며 국제금융 시장에서의 달러화의 장세는 년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달러화의 약세를 비난했던 유럽 각국들까지도 이젠「볼커」의 고집을 비난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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