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0)활발한 국제교류|증권시장 제자=필자(48)강성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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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우리 나라의 증시가 자본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것은 70년대부터라고 봐야할 것이다.
모든 부문에서 국제교류가 빈번했던 것처럼 증권시장도 70년대에 들어가면서 외국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 중에서도 1960년 미국「케네디」 대통령의 제안으로 명화봉사단과 때를 같이하여 창설된 IESC(Intermational Executive Service Corps=최고경영자봉사단)라는 단체와의 관계가 특이했다.
이 봉사단은 각 산업분야에서 정년 퇴직한 최고경영자들의 경험·지식·기술 등을 개발도상국과 미개발국에 제공하고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였다.
미국증권계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이 방면의 권위자인 「프랜시스·커렌」 「찰즈·크렘 「대니얼·벨」 씨 등이 정부초청으로 70년대초에 잇달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이들은 우리 나라 증권시장제도 등의 문제점을 연구분석 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필자의 회사에도 자주 다녀갔고 그때마다 좋은 설명을 들었다. 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에 감탄했다. 주말에도 쉴 줄을 모르고 숙소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정부에 건의됐다.
증권관계주식인 한증주와 증권금융주가 상장 폐지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러한 주식이 증권시장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책동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상장폐지를 강력히 권고했고 정부도 이들의 건의를 많이 참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을 초청하여 증시의 문제점을 연구케하고 개선해나간 경부의 의욕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75년11월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증권회의가 열렸다.
필리핀주최로 아시아의 여러나라와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등도 업저버로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용갑이사장, 이만기투개공부사장, 안공혁증권1과장 (현증보국장) 업계에서는 백경복상근부회장, 김용관동남증권사장, 김태권성능증권사장, 필자등 8명이 참가했다.
필리핀은 이번 회의를 발판으로 아시아증권관계 국제기구를 창설하는데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었다.
세계적 규모로 성장하려는 일본이 규모나 모든 면에서 한국증권시장보다도 떨어지는 필리핀에 국제기구의 주도권을 양보할 리 없었다.
일본대표는 우리의 지원을 바랐으나 우리는 중립을 지켰다. 결국 당시 회의는 마닐라 제1차의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귀국 길에 대만과 일본에 들렀다. 대만에 도착하니 증권계인사들이 따뜻이 맞아주었다.
이 나라의 증권시장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것 같으면서도 거래실적이 한국보다 많다는데 놀랐다. 단기판매차익을 노린 매매가 많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1976년 11월에는 서울에서 1주일에 걸쳐 「국제자본시장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심포지엄은 미국의 개국2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무성의 후원으로 한국에서 제일 먼저 개최하게 된 것이었다.
심포지엄에는 미국과 유럽의 저명한 자본시장관계인사 약20명이 초청됐다.
미국자본시장의 개황을 비롯하여 유로본드시장, 미국시장에서의 외국증권 신용도 분석, 증권발행 방법 및 요건, 자본조달문제 등 앞으로 자본시장의 자유화에 따른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토론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증권업협회장은 우리 나라 협회 임원들을 미국에 초청했다.
백경복회장, 동양증권 홍인기사장, 한신증권 한정균사장, 대보증권 임재동사장, 필자 등10 명이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
우리는 증권업협회, 뉴욕증권거래소, 아메리카증권거래소, 뉴욕의 대형증권회사 등을 둘러봤다.
그 규모와 짜임새에 새삼 놀랐다. 이러한 한미양국의 증권관계인사교류는 그후 한국증권시장의 발전에도 적지 않게 보탬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해 걸러 서울과 동경에서 교대로 열리는 한일증권 세미나도 빼놓을 수 없다.
75년 백경복 대한증권업협회장과 당시「히다까」 (일고) 일본증협 회장간의 합의에 마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 세미나에선 한일 두 나라 증권관계자들이 자국의 증시현황, 문제점등을 발표하고 연구자료를 교환하기도 한다 (올해는 동경에서 열릴 예정).
필자는 한일증권세미나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우리 나라의 발행 및 유통시장의 역사·현황·제도·문제점등을 나름대로 발표도 했다. 또 그들의 경험과 조언도 들었다.
일본대표들 중에는 한일증권세미나와 같은 교류는 다른 나라와는 없다면서 생색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여하튼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제도와 운영실태 등 많은 것을 배워야할 입장이다.
이러한 공식적인 국제교류 외에도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지에서 매년 많은 증권관계 인사들이 한국을 찾고있다.
우리 나라의 증권시장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연초 정부의 자본시장 자유화방침이 발표되면서 외국증권관계인사들의 방한이 급격히 늘고있다.
이와함께 삼보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잦다.
이러한 연유로 지난해 한국산업은행이 일본에서 발행한 1백억엔 규모의 외무표시채권의 인수단에 삼보증권이 참가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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