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일화·강한 주권담긴 갤브레이드 회고록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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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 경제학자이며 저술가인 「존·케네드·갤브레이드」 교수 (74·하버드대명예교수) 의 회고록이 미국에서 출간됐다. 『우리시대의 한 삶 (A Life in Our Times)』 (휴튼미풀린두간·5백63페이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회고록은 흔치않은「인기경제학자」인 「갤브레이드」의 명성 덕분에 출판되기 오래전부터 신춘잡지에 예고되고 인용되고 발췌 연재되는가 하면 각국 출판업자들은 번역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등 큰 관심을 모아 왔었다.
회고록은 온테리오의 농장에서 보낸 유년시절부터 온테리오 농대, 버클리· 하버드· 프린스턴대-뉴딜이론가시절-포천지-케네디의 인도대사-석학저술가로 이어지는 팔방미인「갤브레이드」의 한평생을 뼈대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갤브레이드」자신은 첫머리에서 이 책이 개인의 일생보다도『사건·인물,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견해』를 중심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이책은 숱한 일화와 강한 주관으로 가득차 있다.「프랭클린·루스벨트」, 경제학자「숨페터」, 「케네디」 형제, 「존슨」대통령, 역사학자「아더·슬레진저」,「애들레이·스티븐슨」 등 그가 직접 사귄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촌평과 뒷얘기가 푸짐하다. 인신 공격적인 인물평도 적지않다. 「아이젠하워」행정부가 보수파 경제학자인「밀턴·프리드먼」을 인도의 경제고문으로 추천했던 사실에 대해 그는「프리드먼」에게 경제개발계획의 자문역할을 맡기는 것은 교황한테 산아제한 실무를 봐달라는 것이나 한가지라고 꼬집었다.
「갤브레이드」 는 또 자신이 그동안 펴낸 저술이나 이론에 관한 보충설명과 잘못에 대한 정정까지 하고 있다.
그가 항상 주장해온 산업사회속의 인간성 회복과「대중의 빈곤」 문제에 대한 꾸준한 재조명 외에도『풍요한 사회』 『새로운 산업국가론』 등 그의 가장 중요한 두 저서에서 전개된 이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2차대전중 인플레방지책으로 자신이 만들었던 전시경제관리 모델이 어떻게 대실패했는지 솔직하게 고백하고 분석한다.
경제학자 답지않게 간명하고 위트있는 문장덕분에 20권 이념는 그의 책들은 대중소비에 알맞은 고급경제학 책이란 찬사도 들었지만 일부경제학자들로부터는 오만과 편견에 가득찬 사이비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회고록에 대한 평가도 갖가지.
새롭고 유익한 내용은 별로 없는 「읽을거리」일뿐이란 혹평도 나봤다.「갤브레이드」는 이책의 마지막 장에서 베스트셀러의 비결을 절명한다. 잘 닦여진 문장, 낱말과 글월의 리듬을 완벽하게 꾸며내기 위해 여섯 번이나 추고를 했다는 것이다.【타임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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