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저격수 박지원 '만만회'의혹제기 등 4가지 명예훼손혐의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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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최대 저격수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72·3선) 의원이 '만만회 국정농간' 의혹 제기를 포함해 4가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28일 박 의원이 문창극 총리후보자 낙마를 주제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비선라인 '만만회의 국정농간'의혹을 제기해 박지만(56) EG회장, 정윤회(59)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6월 25일 '한수진의 SBS전망대' 라디오 인터뷰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사실 인사는 비선라인이 하고 있다. 이재만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옛 보좌관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아들인 김현철씨가 국정을 농간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발언한 혐의다.

검찰은 "두 사람은 공직을 맡지 않은 일반인들로 문 후보자 지명을 비롯한 공직 인사 등 국정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두 사람이 부당하게 국정에 개입, 농간한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씨를 7~8월께 조사한 결과 "강력한 처벌을 희망한다"는 처벌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7월 말 소환을 통보했지만 "국회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 서면진술서를 받아 기소를 결정했다.

별도로 형사4부(부장 이주형)은 박 의원이 2012년 4월 8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박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접촉설을 제기한 데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막역하게 만났다"고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5월 18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를 수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 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은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박 의원이 2011년 7월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을 통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불법자금 24억원 한나라당 전당대회 유입설을 퍼뜨려 이영수 전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홍준표 전 당대표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같은 해 7월 초순 우 의원에게 "신삼길 삼회저축은행 회장이 2007년 대선 당시 이영수 국민성공실천연합 대표를 통해 24억원을 홍준표의원에 전달해 2010,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는 데 파헤처보라"고 제안했다. 이에 우 의원이 같은 달 중순 국회 기자회견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영수 대표가 신삼길 회장에게서 불법자금 24억을 받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때 특정 고위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한나라당 고위 관계자가 특위 증인으로 나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게 한 혐의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검찰 기소 사건에 대한 입장'이란 글에서 "만만회 건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간의 의혹을 제기했을 뿐 구체적인 인사의 실명을 거명한 적이 없다"며 "보수단체의 고발에 검찰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영수·우제창 전 의원 관련 건은 나와는 무관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우 전 의원이 나와 논의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태규씨 관련 건은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된 것이고 믿을 만한 고위 인사가 나에게 확인해 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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