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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중고생 37%가 잘 때 이외는 공부 "쉴 틈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며칠전 서울구노구시흥동의 어느 조그마한 전자오락실앞. 중2년생 금모군 (14) 이 어머니에게 덜미를 잡혀 길거리에서 매를 맞고있었다.『너 간장사오라니까 여기서 뭐니? 그 돈으로 놀았지 울며불며 집으로 끌려가는 금군 잘못있었지만 또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금군의 집은 쌀가게,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끝내면 TV를 보는 외에 할일이 없다. 권투중계를 좋아하지만 늘 있는것은 아니고 동생들과는 놀다가도 자주 싸우니 꾸지람은 언제나 맏형인 자신에게만 돌아와 싫었다. 그래서 찾게된 것이 전자오락실. 처음에는 용돈만 쓰는 정도에 그쳤으나 점차 가게의 금고에 손을 대기에 이르렀는데 그날은 심부름시킨 간장값을 전자오락질에 몽땅 털어 넣고 말았다.

<용돈쓰다 금고손대>
청소년 문제연구소 조사(80년)를 보면 중· 고생들의 평균 자유시간은 방과후 취침 전까지 하루 5시간58분. 물론 공부와 식사시간이 포함된 것으로 「쉬고 즐긴다」는 의미에서의 여가는 훨씬 적다. 이 여가에도 공부를 하는 학생이 37%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TV나 라디오를 시청(23· 4%)하거나 신문· 잡지(6·5%) 또는 교양서적(6%)을 읽기도하고 전자오락실·영화관(5%), 방송국공개홀(0·9%)을 배회하기도 한다.
특히 공휴일에는 27%가 TV나 라디오를 시청하고 23%가 공부를 한다는 대답을 보면 절반이상의 학생이 집안에서 여가답지 않은 여가를 보내고있고 외출을 한다해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데 (20%) 그치고 있다.
여가 자체가 극히 부적함은 물론 시간이 있다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이나 여건이 전혀 구비돼있지 않다는 것. 이것이 결국 「요즘 아이들은 놀줄 모른다」는 결과로 나타나 청소년들의 오악이「오악」으로 빗나가는 현상을 초래하고 자칫하면 탈선으로까지 빠져들게 만든다.
고교생 박모군(타)은 『공부할때는 열심히 하고 놀때는 마음껏 뛰어 놀라』 는 말에 실감이 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전혀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틀에 박힌 생활에서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을 가끔 느낄때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무슨짓을 하게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무교동에 밀집돼있는 술집골목 입구에는 「청소년출입금지」 라는 표지가 붙어있다. 그래도 출입하는 사람을 보면 사복차림의 청소년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B여중 금모교사는 얼마전 간사학교로부터 2명의 여학생이 빵집에서 배회했다는 통고를 받고 난감해진 적이 있다(학생들의 교외생활지도는 일정지역을 몇학교가 분담해 적발결과를 간사학교가 해당학교에 통고케 돼있음). 두여학생의 대답은 집에 돌아가던중 배가 고파 들렀다는 것.
조사를 해봐도 사실이었다. 결국「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자인서를 받았지만 스스로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학생들에게는 어른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것은 뻔한 일입니다. 고궁과 분식센터도 혼자 돌아다니면 배회했다고 걸리는 판에 그들이 갈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금교사는 이렇게 자문했다.
지난 초순 경기도부천 A산업의 월급날. 근처 한 디스코클럽은 9시가 되자 A산업근로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박양(18)일행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음악이 창자까지 뒤흔들듯하고 홀안은 벌써 취기로 가득했다. 웃고 떠들며 춤을 춘뒤 11시가 가까와서야 박양일행은 숙소를 향해 자리를 떴다.
선용방법 지도해야『우리가 나쁜짓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잘알아요. 하지만 달리 기분을 풀 방법이 없잖아요. 』 박양은 정상근무 이의에도 한달에 열흘정도는 야간작업을 한다. 항상 반복되는 일로 피로가 쌈인 몸과 정신의 스트레스를 이렇게 라도 풀지 않으면 『내가 세상을 살고있는지 초차 느낄수 없다』 는 박양의 호소다. 박양의 디스코클럽 1회 출입비용은 2천원 정도.
앞의 책소년문제연구소 조사결과 청소년들은 여건이 허용한다면 하고싶은 일로 여행(20%)이 가장 많고 다음은 운동(14%)독서(13%)음악·미술등 취미생활(12%)등을 꼽았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환경도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 금인회교수는 청소년의 여가선용에는 『아직도 노는 것을 죄악시하거나 게으름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사회일부에 남아있고 「여가가 필요하다」 는 것을 인식한 사람들도 어떻게 놀까를 가르쳐 주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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