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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테랑」의 불확실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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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8년10월2일 월요일 아침. 언제나 처럼 상오 7시45분에 잠을깬 「프랑스와·미테랑」수상은 차와 토스트로 아침식사를 했다. 9시 서재에서 몇 군데 전화. 얼마뒤 측근각료들이 도착하고 「다니엘·미테랑」여사는 차와 코피를 이들에게 대접했다.
11시30분 비브르가의 사저를 나서는 「미테랑」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깔려 있었다. 「미테랑」은 수장취임후에도 수상관저인 호텔마티농보다는 사저에서 지내기를 좋아했다. 「미테랑」의 승용차는 엘리제궁 (대통령관저)으로 향하고 측근들은 서둘러 사무실로 각기 돌아갔다. 수강의 결심을 확인한 이상 이제는 책상 정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낮 12시 정각. 엘리제궁( 「미테랑」 은 지난 토요일부터 「지스카르」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해놓고 있었다)도착.
▲미테랑=대통령각하, 내각총사퇴서를 제출합니다.
▲지스카르=공장들이파업줌이고 시위대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는 이 판국에 내각· 총사퇴는 곤란한게 아니요.
▲「미테랑=현재의 파국은 각하의 친구들인 기업가와 다국적기업들의 농간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선 하룬들더 지탱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공약대로 최선을 다해 일했읍니다. 그러나.
▲「지스카르」=잘 ,알아요. 하지만 개혁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야지 억압이나 독재로는 잘 안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프랑스를 경제파탄에 몰아 넣었소. 다음 선거때 까지만 일해 주시오.
▲「미테랑」= 지금 당장 사임합니다.
▲「지스카르」=유감이군요. 당신은 나의 좋은친구가 아닙니까.
▲「미테랑」=프랑스를 구하는 일이 우정만으로는 안되지요.
하오1시. 「미테랑」수상은 엘리제궁에서 보도진들에게 내각 총사퇴를 발표하고는 20일후의 총선채비를 위해 총총히 사라졌다.
이렇게해서 제5공화국의 첫번째 좌파정부는 꼭6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78년 총선을 1년 앞두고 「벨퐁」출판사가 출판 베스트셀러가 됐던「필립·드·코민」의 정치가상소설 『 「미테랑」 의1백80일』의 마지막 부문이다.
『최근의 좌파연합정부의 역사-1978년4월3일부터 10월2일까지』라는 부제가 달린 2백39페이지 짜리의 이 소설은 두회당출신대통령이 탄생한 지금의 상황과는 다른점이 많지만 소설이 선전한 여건과 「미테랑」대통령당선자가 당면한 난제에는 흡사한 점이 많다. 이 소설의 내용에서 주제를 이루는 문제점들 역시 인플레, 실업문제, 기간산업국유화,핵발전소건설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등이다.
「미테랑」 대통령 당선직후 일어나고 있는 증권시장의 혼란성도 이 소설에서 그대로 묘사되고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공산당의 입김을 드세게 받는 두회당정부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과정을 모두 실명을 사용해 전개하고 있어 현재의 친각에서도 매우 흥미를 갖게하고 있다. 다만 소설에서는 「지스카르」대통령 아래서 「미테랑」 내각이 탄생하는 것이 오늘의 상황과 다를뿐이다.
특히 곧 출발할 「미테랑」 정권이 「미테랑」의대권쟁취에 일역을 맡았던 공산당의 영향을 어떻게 요리해나갈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만큼 더욱 그렇다.
78년3월19일 일요일 3천3백만 프랑스유권자들은 새 국회구성을 위한 총선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율은 84 %.결과는 사회당· 공산당· 급진연합의 득표율이 54·1%, 의회내 다수파였던 우파는43 ·8%, 언론들은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가』 『프랑스 국민들, 정권교체선택』등 좌파집권에 큰 기대를 건다.
「지스카르」대통령은 국민다수의 의사에 따라 어쩔수 없이 사회당당수인「미테랑」을 수상에 임명하고 조각을 의뢰했다.
좌파정부수립 소문이 나돌면서 주식시세는 하락을 계속하고 해외로 재산을 도피하는 시민이 늘어간다.
「미테랑」은 조각에 앞서 「마르셰」 공산당당수의 위협적 전화를 여러차례 받는다. 6, 7명의 공산당 각료포함과 좌파연합공동 강령의 추진 다짐등이 그내용이다.
「미테랑」은 『알겠소』 하고 냉정하게 전화를 끊지만 별도리가 없다.
3월30일 발표된 조각명단은 사회당 10명, 공산당4명, 기타 4명이었다. 공산당 각료는 보건·노동· 사회복지장관등에 그쳐 핵심에선 제외됐다.
공산당의 불만은 이로부터 고조되고 공동강령의 조기 추진압력을「미테랑」에게 계속 가한다. 좌파연합 공동강령이란 기간산업 국유화, 노조활동보장, 나트조약 폐기. 바르샤바협정폐기, 핵무기확산금지, 군복무단축등이 골자다.
경제현실도 만만치 않다. 스위스 은행등에 재산도피하는 시민이 점차 늘어난다.
노동자들은 공약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연일데모를 하고 파업은 계속된다.
그러나 「지스카르」 대통령은 기간산업 국유화등을 원한「미테랑」정부의 법안이나 조례·행정명령등에 서명하기를 미루면서 시간을 번다.
노사대립, 좌우익간의 테러, 물가앙등이 계속되고 좌파집권의 산업국유화 정책등을「전체주의 독재정책」이라고 비난하는 해적방송이 판을 친다. 급기야 국방상이 테러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나고 핵발전문제로 사회당도 의견이 갈린다. 핵발전을 계속 추진, 경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측과 환경보호자들의 눈치를 보는 세력과의 대립이다. 이런가운데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원자력발전소를 점검하는 등 시위를 벌인다.
5월1일 메이데이를 맞아 경향각지에서 노동자 시위가 일어난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실업문제도 묘안이 안선다. 사회당·공산당의 불화가 심화된다. 대외정책, 국유화문제에서 더욱 날카롭다. 사회당은 비교적 점진적 개혁을 시도하나 공산당은 그럴수가 없다. 9궐22일 「마르셰」공산당수는 공산당 각료를 이끌고 내각에서 탈퇴한다. 노동자들의 시선때문이다.
이어 「지스카르」 대통령의 특별담화가 발표된다.『국민총회에 따라 좌파내각을 구성했으나 6개월만에 통치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파업·데모·무질서가 계속되는등 이제는 더이상 방관할수 없게 됐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직권으로 의회를 해산하며 곧 총선을 실시하겠다. 이때까지「미테랑」수상은 유임한다) 현재 공산당의 세력이 78년과 같지는 않지만「미테랑」 대통령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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