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서점가 휩쓰는 직장여성 잡지|2백여종이 쏟아져 나와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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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저녁무렵 동경 「긴자도오리」(은좌통)의 서점가 잡지코너는 퇴근길의 젊은 직장여성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일본의 OL(직장여성) 수는 어림잡아 2천만명. 10년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이들 젊은 여성층은 숫자도 많거니와 돈의 씀씀이도 좋아 한때 폭발적인 구매욕을 과시했던 농촌에 이어 제2의 소비시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약삭빠른 일본의 잡지업계가 이같은 황금시장을 놓칠 리가 없다. 젊은여성 상대의 잡지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서점가를 석권하고 있다.
일본에서 발행된 여성잡지의 수는 2백여종.
그 대부분이 「일하는 여성」 「행동하는 여성」을 겨냥한 젊은이 물이다.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잡지로서 크게 재미를 보는 것은 1회 발행에 광고수입만 1억엔을 넘는다는 문예춘추 외에는 「모아」 「논노」 「미세즈」 「가정화보」 「쇼핑」 등 젊은층 상대의 여성잡지 뿐이라는 얘기다.
60년대까지만해도 여성잡지는 가정에 들어앉은 주부상대가 주류를 이루었다.
『주부의 우』 『부인구락부』 『주부와 생활』 『부인생활』 등 이른바 4대 부인잡지는 아직도 만만치 않은 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선두를 달리는 『주부의 우』는 지금도 30만부를 넘게 찍어내고 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 부쩍 독자가 줄고 있다.
과거에는 젊은 층에도 적지않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으나 젊은 OL상대의 잡지가 쏟아져 나오면서 30대 이하의 젊은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주부잡지를 「어머니나 할머니가 읽는 잡지」로 돌리고 아예 들추어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한 책방주인은 변모한 젊은 여성들의 잡지선호 경향을 말하고 있다. 이같은 젊은 OL파워의 압력에 견디다 못해 최근 4대 부인잡지의 선두주자인 『주부의 우』가 편집방향을 가정주부 상대에서 「일하는 여성」 상대로 완전히 전환했다.
『주부의 우』는 1916년에 창간,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있는 부인잡지로 여성잡지의 대명사로 알려져 온만큼 『주부의 우』의 방향전환은 잡지업계에도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편집체제 개편후 처음 나온 지난 4월호에는 가정주부로 안주하다 직장으로 진출한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의 4명의 「일하는 주부」들의 수기를 특집으로 실었고, 5월호에는 직장과 육아의 두가지 일에, 성공한 한 모자의 얘기를 특별기획으로 다루었다.
일본의 여성잡지 편집자들은 이제 여성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는 옛날의 자세에서 그들의 잠재적 욕구나 내부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알아내 그에 알맞은 잡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될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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