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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의 이혼이 늘고 있다|법원행정처 집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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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년여성들의 이혼이 최근 4, 5년 사이에 크게 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이혼율이 해마마 높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40세 이후의 중년층 여성들의 이혼율은 급상승 커브를 긋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의 삶을 살라는 등의 여성의 의식화운동,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경제능력을 갖게된 것 등 일련의 한국의 사회환경 변화에 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79년 11말부터 80년 7월말 사이에 서울가정법원과 전국 지방법원 및 지원이 처리한 이혼건수는 총72건. 이혼 당사자인 여성들의 연령은 20대가 가장 많아 47%, 30대가 37%, 40대 이상 연령층은 약 16%에 이른다.
역시 법원행정처의 76년 통계는 이혼한 여성의 연령층이 20대가 45.2%, 30대가 32.9%, 10대 11.2%로 되어있어 40대 이후 연령층의 이혼율은 전체의 10.7%로 나타났다.
따라서 40대 이후 연령층의 이혼율을 살펴보면 76년의 10.7%였던 것이 80년에는 16%로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도 중년여성의 이혼은 숫자상으로만 비교하면 전체 이혼건수 중 이렇다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혼을 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20년 가깝게 또는 그이상 결혼생활을 할 경우. 장성한 자녀들이 있고 나름대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의 역할을 맡고있어 이들이 이혼을 하고 가정을 떠난다는 사실은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 가정법률상담소(소장 이태영)가 실시하고 있는 상담건수는 81년도에 들어서 한달 평균 1천4백∼1천6백여건, 그중 30%정도가 이혼과 관계되는 상담이라고 한다.
한국 가정법률상담소에서 8년째 상담을 맡아온 곽배희 간사는 이혼협의를 위해 상담소를 찾아온 여성의 대부분이 『이제는 나도 내 인생을 살고싶다. 더이상 남편이나 가족들의 속박을 받고싶지 않다』고 말하더라고 전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최근 4, 5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전같으면 죽기를 한사코 이혼을 터부시하던 40대 이상 중년여성들의 이혼이 크게 증가하는 원인은 몇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박금순 한국부인회장은 우선 많은 여성들이 경제력을 가짐으로써 혼자라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한국 가정에서는 비록 남편이 돈을 벌어오지만 실제로 계를 하고 집을 옮기는 등으로 재산을 늘리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여성인 주부들이다. 자연 가정경제권을 여성이 갖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파출가정부·화장품이나 우유 등 각종 외판원·보험회사 외무원 등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만 한다면 중년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직종이 크게 늘었다. 수입도 보통 한달에 20만∼30만원선. 직종과 수완에 따라서는 어지간한 화이트 칼러의 봉급자보다 낫다고 한다.
『때때로 여자들이 참으로 영악해지고 참지 않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남편의 부정뿐만 아니라 성격차이 등 예전에는 참고 지냈을 일도 지금은 이혼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곽간사는 얘기한다.
또 최근에 이혼하는 여성, 특히 중년 이상 연령층의 경우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가 자녀 양육권의 주장. 생계에 자신을 가진 대부분의 중년여성들은 이혼 후에도 자녀는 자신이 맡아 교육시키고 키우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대졸 등 학력이 높은 여성들은 대체로 생활에는 무능하여 이혼을 두려워하는 반면 중졸·국교졸 등 학력이 비교적 낮은 층이 오히려 생활력이 강하고 이혼에도 과감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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