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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서 바뀐 쌍동이딸 어떻게 해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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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향미양의 생모 김옥열씨>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고 회통이란 말인가. 전생에 지은 죄가 있어 몸이 불편한 자식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그 어느 집 자식 못지 않게 정성들여 민아를 키웠는데 지금와서 내 자식이 아니었다니 하느님도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는가.
오히려 내 친자식이 불편한 몸이고 지금까지 기르던 어린애가 성한 몸이었다면 선뜻 그 부모품에 안겨주겠건만 서로가 정든 자식중에 부족한 애를 넘겨주어야만하니 더욱 애통스럽다.
그러나 생모·양모가 밝혀진 이상 숨기면서까지 언제까지나 바꿔 기를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형편에 두아이를 함께 기를수도 없고…. 민아를 생모에게 돌려주자니 그동안 든 정이 가슴을 엔다.
핏덩이에서 겨우 눈동자를 굴려 사람을 알아볼때부터 걷지도 앉지도 못하는 것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똥·오줌을 받고 추위의. 놀림을 신이 내린 시련으로 알고 그렇게 키워온 민아였다.
그러나 지난3년 내피. 내살을 받은 진짜 내자식이 다른부모밑에서 자랐다는 생각을 하니 당장 달려가 내품에 내살붙이를 안아보고 싶다.
그쪽 어머니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
더우기 바꿔키워야할 진짜자식이 몸이 성치못한 아이이고 보면 그쪽 엄마의 안타깝고 서글픈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지난3년동안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정성으로 키워온 민아를 우리 부부의 애정과 다시 받아들일 진짜 부모의 사랑으로 더욱 훌륭히 키워주길 바란다.
이 문제가 법정에까지 번져 소송이란 부끄러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민아양의 생모 이정숙씨>
어떻게 기른 아인데 지금와서 애가 바뀌었다니 말도 안된다. 출산당시 1·7㎏이었고 의원당시 1·9㎏으로 병원에서 퇴원후 실내온도· 영향상태를 신중히 맞추어주라고 하여 6개월동안 밤잠을 설치며 길렀다.
남편(유명환·27·트럭운전사)이 벌어오는 월급20만원으로 보증금 10만원, 월세 3만원짜리에 살면서도 실대온도 섭씨32도를 맞추어 주기위해 난로를 계속 피있었다.
또 애가 우유를 먹지 않고 칭얼대는 바람에 안나오는 모유를 짜내기위해 좋다는 한의원·병원등은 모두 돌아다녔다. 진공흡입기로 젖을 짜 애에게 먹여가며 길렀다.
또 평소 신체가 작아 넘어지기 잘하는 향미를 따라 길가에 나와 있느라고 집안일을 팽개치다시피 했다.
지난해 10월 장남 중철군을 낳았을 때도 갓 태어난 아들보다 향미에게 더욱 신경을 썼다.
병원측에서 단순히 혈액형조사 하나만으로 우리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리고 설사 우리애가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애를 기르며 들인 정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뿌리친다는 말인가.
애의 부모를 가리기위해 앞으로 정밀조사를 계속하겠다면 응해주겠지만 정확한 판가름이난 뒤에 애를 돌려주어야 한다면 그 문제는 그때가서 생각하겠다. 지금도 기후변화가 조금만 있어도 언제나 감기에 걸리는 약골이다.
이런애를 내가 기르지 않고 누구에게 맡긴단 말인가. 지난8일 애가 바뀌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작가 김이연씨의 견해>
이유야 어떻든. 아이가 서로 바뀐 것이 분명히 밝혀졌으니 남의 아이는 돌려주고 제아이를 찾아야한다. 그동안 기른정 때문에 남의 아이를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자기아이가 다른집에서 자라고 있는데도 남의 자식을 붙잡고 돌려주지 않겠다 것은 이해가 가지않는다. 더구나 자신이 낳은 아이가 지체부자유이라니 하루빨리 찾아라 혈육만의 뜨거운정과 사랑으로 키워야할 것이다.
이번 경우는 지난번에 입양기관을 통해 데려간 아이의 친어머니가 나타나 친권을 주장하고 나서 입양부모와의 사이에 벌어졌던 양육권시비(중앙일보2월9일자 11먼보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케이스다.
자신의 피를 받아 태어난 자식에게 느끼는 부모의 애정은 똑똑하다든가 예쁘다는 식의 객관적인 평가를 뛰어넘는 것이다. 아름답고 흠없는 상품을 고르듯 자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한쪽부모가 자식을 바꾸기를 거절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 더구나 지진아를 키우게된 부모는 과연 전처럼 애정을 기울여 그를 돌볼 수 있을까? 정상적인 아이라하더라도 그렇다. 자신이 낳은 아이임을 의심치않고 키울때와 남의 아이인 것이 밝혀진 다음에 아이에게 향하는 마음은 자연 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두 부모가 해야할 일은 하루라도 더 늦기전에 각자 자신의 아이를 돌려받는 일일것이다.
만일 이 두 가정이 이러한 우발적인 사고를 인연으로 집안끼리 서로 사귀어 친하게 지내고, 아이들도 커가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들은 지나간 2년여의 세월에 집착말고, 더긴 앞날을 내다보고 현명한 처신을 해야할 것이다.

<성모병원 서무과장 문경옥씨>
외모로 보아 쌍동이중 한명이 바뀐 것 같다. 현재, 의정부지청의 지휘로 산모의 출산일·신생아실·양육카드·담당의사와 간호원들을 대상으로 사건의 전모를 조사중이어서 정확한 책임소재를 밝힐 수 없다.
만일 어린애들이 바뀐 사실이 드려나면 병원당국은 민사· 형사상 책임을 다하겠다.
병원의 입장으로는 있을 수 없는 실수로 우선 물의를 빚은데 대해 사회와 부모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병원당국의 조사로는 ,신생아실때 근무하는 간호원들의 실수로 이같은 사건이 빚어진 것 같다. 잘못했다는 말이외 더할 말이 없다.
부모들중 한쪽이 기른정을 고집, 애들을 내놓지 않으려면 친자확인소송등 사건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이 당국과 병원조사에 협조해 인륜의 정에 따라 원만하게 사건이 해결되길 바란다.
병원측의 실수도 있지만 산모 이씨가 l2일만에 퇴원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찾아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고 27일만에 퇴원한 김씨도 두아이를 좀더 자세히 살폈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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