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감상·고정관념 벗어나야"|「시조 짓기 운동과 당면과제」세미나 시조시인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시조시인협회는 10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시조 짓기 운동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갖는다. 이 세미나에서는 황포영 교수(중앙대)가 『한국 시 문체의 구조적 특징』, 김제현 교수(장안대)가 『현대시조의 소외와 극복』, 서벌씨(시조시인)가 『현대시조는 새로운 언어역량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다음은 발표내용의 요약.

<한국시 문체의 구조적 특징>
한국고대문헌들은 운문체가 많았다. 고대시가 가운데 한시는 물론이고 한글로 기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서정적 운문체였고 기행문을 가사문체로 표현하거나 소실과 수필까지 운문체를 사용했다.
이것은 한국국문학의 큰 특징이다.
고대시가의 운율은 4구체가 중신을 이루고 있다. 4구체의 반복이 8구체이고 조율사(조율사)가 첨가되어 6구체, 10구체가 된다.
고려말 경기체가인 한림별곡·화산별곡 등의 장시는 10구체 정도가 한 단위가 되어 연속되어간다.
한국시가는 그 표기에 있어 행을 바꾸어 기록하기보다는 운율· 의미구조 등으로 자연스럽게 식별하는 것이었다.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은 한국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서사적 정형시다. 이 시의 운율은 1항이 4구, l구는 2∼3어절로 되어있다.
한용운·김소월·김영랑의 시의 운율도 전통적인 운율을 따르고있다.
시조가 한국의 전형적 시로서 가지고 있는 특징은 음절수의 규칙성보다는 음절의 집합인 구절의 고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연이 7개 구로 되어있는 것이 기본형이며 음절수는 신축성이 있어 시상이나 묘사에 자유가 있다.

<현대시조의 소외와 극복>
오늘의 시조는 독자를 잃어가고 있지만 시조시인은 그 자신 독자를 겸한 상태에서 시조를 짓고 있다.
시조가 소외되는 것은 시 일반의 문제인 말의 진실성 결여와 시인의 문화의식 빈곤에도 원인이 있지만 형태에 안주하여 내용보다는 말의 구사 법이나 표현적 재미에 치중하여 천편일률적 느낌을 독자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또 시조의 서정세계가 정한적 상념에 고정되어 있고 불필요한 감상이 배제되지 않고 있어 상상력의 빈곤을 드려내고 소재의 한정과 표현의 폐쇄성도 시조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현대시조는 고정 관념에 매이거나 말끔한 짜임새와 안정된 사상만으로는 안 된다.
현대시조의 존재 이유는 우리문학을 보호하고 전통문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철한 시인정신으로 삶의 진실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초에 있어서의 실현정신이 요청된다.

<현대 시조는 새로운 언어력량으로>
이조시대 김장생의 시조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간 지어내니/반간은 청풍이요 반간은 명월이라/강산을 드릴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이 시조는 「초려」라는 한 낱말에 집약되어 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의 집은 이 지상에는 보이지 않는 집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집이다.
「하이데거」는 존재는 곧 말로 하여 건설된다고 했으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시는 이러한 언어를 만드는 일을 하게되며 김장생의 시조에 의해 「초려」는 분명히 살아나는 것이다.
하나의 고전적인 시조가 현대에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이 고전적인 시조가 지니고 있는 언어의 높은 차원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시조가 앞으로도 오래 남을 수 있는 시조가 되려면 이같이 높은 차원의 언어를 발굴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말을 덮어두었던 것에서 찾아내고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내일에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지나간 것을 흉내내는 시조는 큰 가치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