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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상태 「북아일랜드」종교분쟁|유혈충돌로 번질 기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0여년 동안 비교적 잠잠하던 북「아일랜드」의 종교분쟁이 최근「보비·샌즈」라는 한 IRA(북「아일랜드」공화군) 요원의 옥중 단식투쟁을 계기로 다시 유혈사태를 빚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아일랜드」의 「메이즈」형무소에서 59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보비·샌즈」는 앞으로 2, 3일 밖에 생명이 남지 않았다고 형무소의사들이 발표, 「벨파스트」시의 가톨릭지역 주민들은 식량과 의약품들을 사재는 등 앞으로 우려되는 오랜 내란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북「아일랜드」의 종교분쟁은 일면 인종분쟁의 성격까지 띄고 있는 4백년이 넘는 해묵은 뿌리를 안고 있다. 16세기께 영국이「아일랜드」를 통치할 때 한창 교세를 신장하던 영국교회의 신교도들이 북「아일랜드」에 이주, 미리 정착해 있던「에이레」계의 구교도와 마찰을 빚으면서 비롯됐다.
「보비·샌즈」는 북「아일랜드」에서의 영국군철수와 「에이레」통합을 요구하면서 「테러」활동을 하다가 총기 불법소지죄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죄수.
그는 지난3월1일부터 IRA죄수들을 정치범으로 대우하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죄수복대신에 평복을 입도록 하고 면회를 자유로 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 그의 조건이다.
그러나 이런 대우를 영국정부가 불법단체로 규정해온 IRA를 합법적인 정치단체로 묵인하는 상징적 효과 때문에 영국정부는 이를 강경하게 거부해왔다.
「보비·샌즈」의 지지자들은 그의 투쟁을 선전하려는 동기에서 지난 4월초 「페르나나」 지방의 보궐선거가 실시될 때 그를 정치범으로 입후보시켰다. 후보등록에는 그의 직업을 「정치범」이라고 기재했다. 절대다수가 가톨릭신자인 이 선거구 주민들은 신교 쪽 입후보자를 물리치고 「샌즈」를 당선시켰다.
영국선거법은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은 입후보를 금지하고 있지만 복역중인 죄수나 전과자에 대해서는 아무 제한이 없다. 한 때 의회에서는 그를 제명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어차피 등원을 못하는 처지니까 그냥 버려 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북「아일랜드」의 주민은 현재 1백50만명인데 이 중 1백만명이 영국과의 통합을 요구하는 신교주민이고 50만명이「에이레」 공화국과 통합을 요구하는 가롤릭이다. 역사적으로 양세력은 깊은 원한관계에 있는데다가 점치·경제·사회적으로 신교세력이 우세하기 때문에 타협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자는 세력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보비·샌즈」가 사망해서 IRA가 보복으로 대규모테러를 하고 이에 대해 신교 측이 반격을 가할 경우 양쪽엔 지원자가 몰려들어 엄청난 유혈사태로 번질 위험이 있다.
영국의 오랜 식민지정책의 유산인 북「아일랜드」의 비극은 그런 유혈사태의 희생을 수없이 치르면서도 양쪽주민의 평화적 공존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런던=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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