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 돌풍 일으킨 이수자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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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역시 이수자는 한국 여자탁구의 대들보였다.
한국탁구를 세계 만방에 떨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으며, 북한과의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두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한국 선수단의 최정예 이수자(제일모직)였다.
제36회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중공의 1인자 조연화와 대결, 풀게임의 대접전 끝에 비록 3-2로 분패했지만 이 백중의 일전으로 사실상 이수자의 기량은 세계 정상의 철옹성을 구가하고있는 중공 세에 버금가는 것으로 확인, 한국 탁구의 앞날에 고무적인 활력소가 된 셈이다.
이수자는 73년 「사라예보」 제32회 세계대회 때 중공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정상을 누렸던 이에리사·정현숙·박미라 트리오의 대를 잇는 천부적 자질의 대스타로 각광받은 이래 마침내 국민적 여망을 그대로 충족시켜 주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신장 1m66cm로 국내선수로선 비교적 장신이며 체격도 좋은 이수자는 대담한 공격형의 셰이크 핸드로 과거의 이에리사를 방불케 하는 과감한 드라이브가 일품.
61년 생으로 불과 20살인 이수자는 시온여중 1학년 때부터 탁구를 시작, 중3년 때 이미 국내 소녀부 랭킹 l위에 올라 78년 「방콕」 「아시아」 경기대회 때 일약 국가대표로 발탁됨으로써 장래를 촉망받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 이수자는 제32회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개인단식·복식 및 단체전에서 모조리 우승, 이에리사에 이어 두 번째 3관왕이 되었다.
여고생으로서 국내 정상에 오르는 등 챔피언으로 부상, 세계를 향한 웅지를 펴기 시작했다.
시온여고 2학년 때인 78년11월 제일모직 탁구팀이 창단 되자 창단멤버로 입단했다. 성장을 거듭한 이수자는 이때부터 박성인 국가대표 감독이 세계적 재목으로 보고 집중적인 훈련을 쏟아 오늘의 위업을 이룩하기에 이르렀다.
박성인 감독은 『신장이나 체격, 그리고 플레이의 감각이 세계적이다. 다만 경험이 적어 실전에서 찬스를 놓치는 범실이 잦은 것이 최대의 흠이며 과제』라고 평소 이수자를 평가했다.
나이가 아직 어리므로 이번 대회의 성적보다 83년 제37회 동경대회 등 앞으로의 기대가 더욱 크다.
이수자는 시온여고 1년 선배인 김경자를 비롯, 황남숙·안해숙 등 역시 나이 어린 동료들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에 촉매제가 되고 머지않아 중공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는 불세출의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탁구계의 신망을 굳히고 있는 셈.
이원건씨(60)의 2남3녀 중 막내로 명랑·활발한 성격 때문에 침착한 플레이가 더욱 성숙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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