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재산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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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직자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갖가지 논의는 이제 하나씩 결실을 볼 때가된 것 같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규정한 공직자 윤리법과 그 시행령이 점차 골격을 형성중에 있어 깨끗한 정치풍토를 가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다.
공무원의 재산등록제는 우리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며 일부 선진외국에서도 이미 실시중에 있다. 부정이 비교적 덜한 미국에서도 재산공개는 물론, 수입과 지출을 정기적으로 당국에 보고하고 퇴직후에는 소속부처를 상대로 이권알선을 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가령 재직시에 받은 50달러 이상의 선물까지도 모두 국고에 헌납하는 규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터다.
정부가 마련중인 공직자 윤리법은 그 시안에서 모든 부동산과 총액 5백만원 이상의 동산, 연수 6백만윈이상과 무체수입 등을 신고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그 기준이 적당한가는 재삼 숙고해야될 것이다.
기준을 너무 높게 책정할 경우 신고대상 공직자가 극히 제한되는 것은 물론 과거에 청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줄까봐 신고를 기피하거나 재산을 숨기려고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구체적으로 보아 신고대상이 되는 금 40돈쭝, 2캐러트이상의 다이어먼드, 개당가격이 2백만원 이상인 물품 등이 중산층 공직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인지도 의심스럽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법이 특수한 형편의 몇몇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삼을 경우 법제정효과는 반감될 것이며 이런 액수의 동산을 갖추지 못한 공직자에게 부정의 유혹을 느끼게할 소지마저 있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등록의 주요목적은 재직중의 재산이동내지 재산증식을 파악함으로써 부패의 요인을 뿌리뽑자는 것이니, 가급적 많은 공직자가 신고기준에 호함돼야 한다. 따라서 신고기준을 정하는 기준은 과거 공직자의 비위가 어느 정도의 「부수입」을 바라고 저질러진 것인지, 또 현재의 생활수준이 어떤지를 충분히 연구해서 그 최대공약치를 잡아야 법효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신고대상도 본인에 국한할 것인지 배우자, 직계존비속, 기타 친척가운데 어느 선까지 확대할 것인지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 이때 간과해서 안될 것은 본인이 근검·절약해서 마련한 재산이나 부모의 유산으로 증식된 재산은 신고는 받되 철저히 보호해야 된다는 점이다.
또 이 법의 성패는 공직자의 양심에 따른 성실한 신고에 있느니만큼 그 성실신고를 유도·고무하는 규정과 불성실신고에 대한 엄벌규정이 병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는 생활급에 못미치는 현재의 공무원 봉급을 대폭적으로 인상해서 부정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함은 두말할나위 없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종합하기 위해 법제정 이전에 공청회를 열어 중지를 모으도록 권고하는 바다.
공직자 재산등록의 효과는 적지않다고 본다. 신고하는 공직자는 자기양심에 재삼 채찍질을 가하는 의미가 될 것이고 국민들은 믿을 수 있는 공직자 풍토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공직자 운리법에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사회의 최대급선무가 지난날 사회기강을 뿌리부터 흔들었던 공직자사회의 부패추방임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공직자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 같은 불쾌감을 억누르고 선구자적인 사명감으로 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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